유례없는 폭염으로 육지는 물론 바다마저 끓고 있다. 섭씨 20~22도에 머물러야 할 동해안의 수온이 아열대 바다와 맞먹는 29도까지 치솟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현재 우리나라 연안의 수온이 평년보다 2~7도 정도 높고 지난해보다도 2~3도 높은 상태라고 7일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수산과학원 실시간 수온 정보에서는 부산 기장군 고리 앞바다 29.2도, 울산 정자항 28.9도, 경북 포항시 구룡포 28.9도, 영덕 27.6도의 분포를 보였다. 수심이 깊은 동해 수온은 예년의 경우 이 시기에 20~22도이고 냉수대가 나타나면 10도 아래로 떨어지기도 한다. 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한인성 박사는 이날 “현재 동해안 수온은 평년보다 5~7도나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경남 거제와 통영 등 남해 동부 연안 수온도 예년(23~25도)보다 3~5도 상승해 27~29도에 달했다. 특히 통영시 앞바다 수온은 29.6도까지 치솟아 30도에 육박했다. 고성군(29.1~29.2도), 거제시 일운(28.7도) 등도 29도 안팎을 기록했다. 서해의 충남 보령군 효자도 해역은 28.1도를 나타냈다. 수심이 얕은 서해안에서는 일시적으로 30도를 넘는 수역도 있다고 수산과학원은 밝혔다.
주요 연안의 현재 수온을 지난해와 비교하면 동해안의 경우 부산 기장 앞바다는 2.1도, 포항 구룡포는 2.7도, 경북 영덕은 2.5도 각각 높다. 남해의 통영은 4.2~6.7도, 거제는 5.9도, 서제주는 3.5도 높다. 현재 우리 연안 수온 27~29도는 아열대 지역인 일본 오키나와 바다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연안 수온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마른장마에 이어 태풍이 한차례도 오지 않은 데다 대마난류의 세력이 유난히 강한 현상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한 박사는 설명했다. 지난해는 장마가 8월 7일께 끝나 그때부터 수온이 상승하기 시작했으나 올해는 7월 25일에 장마가 끝나 수온상승 시기가 열흘가량 앞당겨졌다. 태풍으로 표층의 더운물과 저층의 차가운 물이 뒤섞이면 수온이 내려가지만, 아직 태풍이 한차례도 접근하지 않았다.
당분간 수온이 내려갈 기상요인이 없을 것으로 보여 연안 수온은 계속해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 박사는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1~2차례 비가 예보돼 있으나 수온을 내릴 정도의 양은 아니어서 8월 중순까지 30도를 오르내리는 고수온 현상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바닷물 온도 1도 상승은 육지 온도 10도 상승과 맞먹어 해양 생태계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연안에서 기르는 넙치 등 대부분 어류는 온대성이어서 수온이 급속히 상승하면 잘 적응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작은 충격에도 떼죽음을 당하기 쉽다.
일부 연안의 수온이 30도까지 치솟은 지난해 남해안의 양식장에서는 소규모 적조에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양식장은 수심이 비교적 얕고 가까운 연안에 밀집해 있는데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고 바닷물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수온이 먼바다보다 훨씬 빨리 상승한다. 아직은 유해성 적조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이어지는 등 적조 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이달 중순께 적조가 처음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2년에도 고수온 속에 유해성 적조가 발생해 큰 피해가 난 바 있다. 수산과학원은 고수온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료 공급을 중단하고 사육 밀도를 낮추는 등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어민들에게 당부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