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028050)과 대우건설(047040)의 총 47억 5,000만 달러(5조 3,000억원)에 달하는 오만발(發) 수주 ‘낭보’는 2014년 이후 내리막을 타던 해외 플랜트 사업이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규 발주 자체가 없다시피 했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분위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안팎에서 안정화되고, 플랜트 현대화 작업도 재개되면서 산유국의 플랜트 발주가 기지개를 켜는 양상이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1조1,260억원)과 대우건설(1조 800억원)은 각각 1년 8개월과 2년 남짓 만에 1조원 이상의 프로젝트를 따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올 하반기 플랜트 수주가 회복세”라며 “추가로 하반기 3건 정도의 프로젝트가 대기 중이라 이번 수주를 발판 삼아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만발(發) 청신호, 수주 기근 탈출 신호탄=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해외에서 딴 플랜트 사업은 총 2조 2,000억원.이번 오만 수주와 상반기 태국 프로젝트 등을 합친 것으로, 지난해 전체 해외 수주(1조 6,000억원)보다 37.5%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최악의 국면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음이 수주실적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영국의 EPC(설계·조달·시공)사인 페트로팩과 공동으로 수주한 오만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2021년 완공되는 이번 공사는 오만의 두쿰 경제특구에 하루 생산 23만 배럴의 정유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삼성과 페트로팩은 유틸리티 생산설비, 원유 저장탱크, 하수처리시설 등을 만들 계획이다. 회사 측은 “오만 시장에 첫 진출이라 뜻깊다”며 “향후 석유화학 프로젝트 수주전에서도 한 발 앞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도 이번 두쿰 정유시설 공사 수주(총 27억 5,000만 달러로, 순수 대우지분은 9억 6,250달러)를 통해 부진 탈출을 노리고 있다. 2015년 7월 쿠웨이트 정유설비 공사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대형 공사인 탓에 ‘가뭄 속 단비’와 같은 프로젝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스페인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전체 지분의 35%인 1조 800억원 규모의 공사를 맡게 된다”며 “공사기간만 47개월에 이르는 초대형 공사인 만큼 1999년 들어간 오만 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플랜트 업계, “바닥 찍었다”=국내 업체들은 조심스럽게 시황 개선을 점치고 있다. 그간 경기침체와 저유가로 초래된 악화일로의 업황이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공급 과잉을 불러왔던 셰일 가스 생산도 점차 줄고 있고, 최악의 시황 속에서 수년간 계속 미뤄졌던 개·보수 작업이 속개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내 업체의 연도별 해외 건설 수주 실적도 2014년 660억 달러에서 지난해 282억 달러까지 미끄러졌지만 올 상반기 165억 달러로 반등 조짐이 엿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 가운데 마지막 남은 오만 시장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중동 시장에서 더 강한 시장지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난해 부진했던 해외 사업이 원기를 회복할 것으로 본다”며 “아직 본격 회복세를 탔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최악을 벗어나고 있어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훈·박경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