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은 전 유도선수 출신 현 애국신문의 기자 한무영(남궁민 분)과 국내 3대 일간지 대한일보에서도 최고로 잘 나갔던 스플래시 팀의 수장이었지만, 윗선에 밉보이면서 5년째 수배 중인 기자 이석민(유준상 분) 그리고 악의 축이자, 세 사람의 인생을 꼬이게 만든 대한일보의 상무 구태원(문성근 분)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작’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다시 국가대표에 도전하는 유도선수 한무영과 대한일보의 한철호(오정세 분) 기자 형제에게 시련이 닥치는 모습을 그리면서 시작을 알린다. 한무영은 주치의로부터 투여 받은 약물 때문에 약물 복용 누명을 쓰게 되고, 형 한철호는 조작된 기사를 써온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윗선의 비리를 캐는 위험한 취재를 하다가 위헌한 권력에 감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두 형제 모두 위태로운 상황 가운데 한무영과 이석민, 그리고 검사 권소라(엄지원 분)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바로 C&C 민영호 회장의 정재계 로비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이번 스캔들은 민영호가 누구에게 얼마의 돈을 줬는지 밝혀지는 순간 대한민국 정재계가 뒤집힐 수 있을 정도로 파장이 큰 사건. 스캔들이 터지자마자 민영호 회장은 잠적해 버리게 된다.
정재개 로비 스캔들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이석민은 스캔들의 진실이 담긴 민영호 회장의 유서 영상을 획득하게 된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흔들 수 있는 ‘특종’을 잡게 된 것이다. 수월한 취재를 위해 이석민은 소문난 독종 검사 권소라를 찾아가 수사를 부탁한다. 이후 이석민은 민영호 회장의 유서를 기사로 공개하면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듯했다. 정재계 로비 스캔들 폭로로 이석민이 ‘또 한 건의 대박을 쳤다’며 뿌듯해하던 그 순간 문제가 발생했다. 권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했던 구태원이 민영호 회장을 치매 환자로 꾸미면서, 비자금 스캔들 자체를 거짓으로 조작한 것이다. 구태원의 악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람을 시켜 윗선의 비리를 너무 많이 캐고 다닌 한철호를 사고사로 가장해 살해한 것이다.
구태원에 의해 이석민은 순식간에 오보를 쓴 기자로 전락하면서 좌천되고, 권소라 검사도 지방으로 쫓겨나게 된다. 그리고 혼자 남게 된 한무영은 억울하게 살해당한 한철호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형을 따라 기자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로부터 5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애국신문의 기자가 된 한무영은 이후 자칭 타칭 ‘기레기’로 불리게 된다. 기레기로 불리게 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는 부장검사의 보신탕 사건이다. 직접 검찰청 앞에서 개 잡는 퍼포먼스도 불사한 것이다.
‘조작’에서 한무영의 보신탕 사건은 일종의 커다란 상징과도 같다. 극중에서 그가 업계는 물론이고 대중에게 ‘기레기’로 불리게 되는 결정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이 같은 한무영의 보신탕 퍼포먼스는 이후 그가 ‘조작’에서 주로 선보이는 여론몰이 방식과 동일하다.
이후 백골 사체 사건의 용의자로 잡혀 온 박응모(박정학 분)가 배후의 힘을 쓰며 법의 법망을 빠져나오자, 몰래 그의 부하들인 척하고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두고 가버린 뒤 그의 얼굴을 온라인상에 공개한 것이다. 박응모의 얼굴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고, 급기야는 피해자 유족까지 찾아오면서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이 모든 것은 한무영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기사 외적으로 박응모 응징에 나선 것이었다. 박응모의 동선은 실시간으로 공개됐고, 사람들에게 여론몰이를 당하다가 박응모는 옥상에서 떨어지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윤선우(이주승 분)의 무죄를 주장 하는 과정도 이와 동일하다. 윤선우는 알 수 없는 세력에 의해 제대로 된 변호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없게 되자,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 자리에 나타난 한무영으로 인해 목숨을 건지게 된다. 이후 한무영은 윤선우를 위해 스스로 인질이 되는 인질극을 벌인 뒤, 생중계로 이 같은 과정을 보여주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같은 한무영의 모습은 기자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현실을 파헤치는 기자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조작’이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그저 이름만 ‘기자’인 히어로물 혹은 판타지에 더 가까워 보인다.
한무영의 별명처럼 불리는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이다. 대한민국에서 ‘허위 사실’과 ‘과장된 부풀린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기자로서의 전문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사람과 그 사회적 현상을 지칭하는 말로, 기자를 비하하는 용어인 것이다.
하지만 한무영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레기와는 거리가 멀다. “약한 사람을 돕는게 기자에게 정의가 아니라 상식”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히어로’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극중 한무영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상황들을 극대화 시키는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허위 사실’을 다루지 않으며, 돈을 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한다든지, 글을 짜깁기하는 일도 없다.
물론 여기에 기자라고 불리는 구태성을 비롯해 대한일보의 기자들과, 기레기로 불리는 한무영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도대체 기레기는 누구를 뜻하는 말인가’를 지적하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기레기의 배후에 있는 자본과 권력의 작동기제를 역으로 추론하게 만든다는 의도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기자로서 취재를 하고 활약을 하는 한무영의 모습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는 점이다.
한무영이 주로 하는 것은 취재가 아닌 ‘퍼포먼스형 몰이’이다. 기자가 된 이후 복날 보신탕을 먹은 의원을 공격하기 위해 도살 퍼포먼스를 펼친다든지, 증거 조작으로 살인자 박응모를 규탄하기 위해 대중을 선동하는 과정들, 그리고 박선우의 생중계쇼 등 모든 것이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
한무영이 사건을 일으키는 과정도 지나치게 허술하다. 특히 조회수 161개 밖에 되지 않는, 이른바 논란이 크게 일지 않은 기사로 인해 기자회견을 하는 서부지검 부장검사나, 이에 너무나 쉽게 선동당하는 여론은 웃음이 아닌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증거를 조작해 나올 정도로 뒷배가 든든한 박응모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쉽게 애국신문 사람들의 잔꾀에 빠지는 모습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물론 실제가 아닌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는 드라마인 만큼 어느 정도의 과장과 허구는 용인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근간은 현실에 있어야 한다. 기자는 히어로와 같이 활약하며, 대중은 너무나 허술하게 선동 당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설정 자체에 구멍이 많은 ‘조작’은 연출마저도 꼼꼼하게 다뤄지지 못하다보니 소재와 사건들이 허술하게 엮이고 있는 것이다. 극은 전반적으로 어수선하며, 그러다보니 더욱 현실에서 붕 떠올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조작 ‘조작’은 배우들의 연기로 극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엉성한 스토리와 연출 속에서 그나마 연기력면에서는 구멍이 없는 배우들이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면서, 적어도 감정에 대한 공감대와 몰입도 만큼은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재 월화드라마의 1위는 ‘조작’이다. 하지만 성적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조작’에 대한 호불호는 현재 강하게 엇갈리고 있으며, 많은 이들은 “재밌어서 보는 건 아니고, 월화드마라 중 그나마 좀 더 나아서 보는 것일 뿐”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갈수록 시청자들 눈은 높아지고 있다. 제 아무리 소재가 매력적이고, 배우들이 날고 긴다고 하더라도 내용이 탄탄하지 않으면 결국 안방극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금만 다듬으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조작’이기에 이 같은 허술함은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