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스마트폰 공개 초청장의 ‘비밀’ 실종사건

스마트폰 초기엔 '제품명·세부 기능' 언급 없어

LG전자, V10 이후 제품명·특장점 드러내

"상·하반기 출시 주기 안정·글로벌 대상 보안 유지 어려워"

이미지 암시 VS 특장점 강조 전략 차별화

LG전자 V30 공새 초청장.LG전자 V30 공새 초청장.


“날짜를 노트해!”, “모든 사람들의 하루를 밝혀 줄거야”, “거의 다 왔어 12”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매년 신제품 발표 전 공개하는 초청장은 베일에 쌓여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이 한 장의 그림에 담긴 신제품 정보나 전략을 해석하는 데 재미를 느끼곤 했다.


하지만 LG전자(066570)가 최근 들어 이런 특이한 관행을 깨고 명확한 제품명과 특장점을 드러내고 있다. 전략 제품의 출시 주기가 상·하반기로 안정된데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보안 유지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8일 LG전자가 세계 각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발송한 신제품 공개 행사 초청장을 보면 ‘V30’이라는 신제품이 하단에 명확히 적혀있다.

중앙에는 카메라 렌즈를 형상화한 여러 겹의 은색 원형 이미지를 넣어 카메라 성능을 강조했고, 여기에 ‘조명, 카메라, 액션(Lights, Camera, Action)’이라는 3개 단어를 담아 신제품에 고성능 영상 촬영 기능도 탑재됐음을 알렸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 초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을 보이던 초기엔 주요 제조사들이 공개 행사 초청장에 제품명이나 세부적인 기능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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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지난 2013년 녹색·파란색·보라색·빨간색 등 파스텔톤의 작은 원들을 겹친 디자인을 선보이며 차기 아이폰에 다양한 색상을 도입한다는 의도를 내비쳤고, 이듬해에는 3개의 곡선으로 이뤄진 경계 위에 럭비공 모양의 로고를 올려 “손가락이 꾹! 누르고 있는 모양”을 연상케 하며 ‘포스터치’ 기능 도입을 암시했다. 2011년 초청장에는 아이폰 특유의 사각형 아이콘을 배열하고 ‘아이폰을 이야기하자(Let’s Talk iPhone)‘는 글귀를 붙여 음성기반 시리(siri) 기능이 더해졌음을 나타냈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신제품 공개 행사 초청장.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신제품 공개 행사 초청장.


삼성전자 역시 직접적인 제품명은 언급하지 않은채 ‘날짜를 노트해’라든가, ‘다음은 뭘까’, ‘당신의 폰을 열어라’ 등의 문구만 담았다. 검정 색상의 4차원 박스, 원을 이룬 16개 막대기 등을 그려넣어 호기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공개되는 갤럭시노트8 공개 행사 초청장에도 ‘더 큰 일을 하라(Do bigger things)’는 메시지라는 문구와 함께 노트시리즈를 상징하는 ‘S펜’ 모양을 넣었다.

LG전자는 이런 관행을 깨기 시작했다. V10 공개 행사 땐 ‘그날을 비워두세요(save the date)’라는 문구만 담아 호기심을 자아냈지만, 다음 제품에선 ‘더 놀자(Play More)’라는 문구와 함께 V20이라는 제품명을 하단에 담았다. 주력 제품군인 G시리즈도 G5와 G6의 경우 1차 초청장엔 일부 특징을 담아 관심만 유도했지만, 2차 초청장에서 제품명과 세부 기능을 드러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 스마트폰 시장과는 다르게 지금은 상·하반기에 어떤 제품이 나올지 명확해졌고, 제품의 글로벌 출시가 고정되다 보니 정보 유출 등 보안 관리에도 한계가 있다”며 “이미지로 암시를 많이 하려는 제조사와 자신의 강점을 확실히 보여주려는 제조사의 전략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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