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베트남 최저임금 6.5%↑..현지 진출기업 부담 커져

인상률 사측 요구안의 2배

韓기업 脫베트남 압박 커져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베트남 북부 박닌 지역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정문 앞을 지나가고 있다./블룸버그통신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베트남 북부 박닌 지역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정문 앞을 지나가고 있다./블룸버그통신




국내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베트남의 최저임금이 내년에 평균 6.5% 인상될 예정이다. 이는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해온 현지 한국 기업들의 예상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인건비가 오를 대로 오른 중국 대신 베트남에 둥지를 튼 한국 기업들은 이제 ‘탈(脫)베트남’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8일 베트남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와 노사 대표로 구성된 국가임금위원회는 오는 2018년 월 최저임금을 276만~398만동(약 13만7,000~19만7,000원)으로 결정했다.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경제발달 수준에 따라 나눈 4개 지역에서 차등 적용되며 위원회가 결정한 지역별 인상률은 최저 6.13%에서 최고 6.98%에 달한다. 한국 기업들이 주로 포진한 수도 하노이와 호찌민시의 경우 가장 낮은 6.13%가 적용돼 현재 월 375만동에서 월 398만동으로 인상된다. 다낭과 하이퐁시의 최저임금은 월 332만동에서 353만동으로 오른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11월 국가임금위가 마련한 최저임금을 시행령에 반영해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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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대표인 베트남상공회의소(VCCI)는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5% 이내에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주베트남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도 동결 또는 최대 3%로 인상폭을 억제해달라는 의견을 냈었다. 하지만 노사 협의 결과 최저임금이 한국 상공업계에서 요구해온 인상률의 2배를 넘는 수준으로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5,500여 현지진출 한국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예상보다 커지게 됐다. 호앙꾸앙퐁 VCCI 부회장은 “올해 7월까지 7만3,000여개의 기업이 새로 설립됐지만 한편으로 5만여개가 문을 닫았다”며 6.5%의 인상률은 많은 기업의 지급 여력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5년 전에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한 섬유업체 A사는 현지 인건비가 크게 오르자 베트남 공장을 주변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A사 대표는 “해가 갈수록 생산 단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베트남 인근의 미얀마나 캄보디아 등지로 공장을 옮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인건비가 낮은 미얀마 등은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해 아직까지 이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베트남에서의 임금 수준이 앞으로도 급상승하면 결국 인근 국가로 공장을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 1998년 이후 2016년 11월 말 현재까지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이뤄진 직접투자(FDI)는 연평균 298건(222개 기업), 누적으로는 총 5,656건(4,224개 기업)에 달했다.

/이수민·박성호·윤홍우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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