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동의 없이 조현병 환자를 강제입원 시키는 행태가 병원 현장에서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보호자 동의 없이 환자를 강제입원 시킨 것으로 드러난 대전시·충청북도에 있는 정신병원 2곳의 병원장들에게 법에 따른 입원 절차를 준수하도록 직무교육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충북의 한 병원은 올해 2월 2일 다른 병원을 퇴원한 A씨가 이튿날 진찰을 받으러 오자 보호자 동의 없이 입원시켰다. A씨의 아들이 보호의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들에게 동의서를 받지도 않았으며 연락처를 확인하기 위한 신상정보 조회 요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28일에는 대전시의 한 병원에서 경찰이 조현병 병력이 있는 B씨를 후송해오자 보호자 동의 없이 입원시켰다. 경찰이 ‘약을 먹지 않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강에 들어가려 했다’는 주민 신고를 받아 B씨를 병원에 데려왔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었다. B씨는 같은 병원에서 약 2년간 입원했다가 퇴원한 지 열흘 만에 다시 강제 입원당했다.
인권위는 ‘보호자 동의 없는 강제입원’은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대전광역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이들 병원을 포함해 관내 정신보건시설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정신장애를 앓는 환자의 입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는 계속해서 논란이 돼왔다. 특히 유산 분배 등 과정에서 조현병 병력이 있는 가족을 배제하는 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로 개정했다. 법에 따라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려면 보호자 2명 이상이 신청하고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 소속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5월 말 이후에도 강제입원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장애인 단체인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신석철 소장은 “정신장애인 강제입원 여부를 독일 등 선진국과 같이 법원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며 “강제입원이 악용되지 않도록 하려면 국공립 의료기관만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법을 엄격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