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지주가 9일 회장 후보자 면접을 실시해 박재경 BNK금융 회장 권한대행, 정민주 BNK금융 부사장,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최종 후보 3인으로 선정하는 등 인선 작업 마무리에 들어갔지만 최고경영자(CEO) 선출 과정이 금융지주의 규모에 비해 너무 허술해 외부에 약점만 잔뜩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BNK금융은 다른 지방은행들의 실적이 주춤할 때도 성장세를 놓치지 않는 등 규모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내부승계 프로그램 등 5대 금융지주로서 위상에 걸맞은 내부 체제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회장 인선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잡음 역시 급속 성장의 후유증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지난 2013년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는 등 내부적으로 CEO 승계절차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안일하게 넘겼던 탓에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서 결국 수면 아래 있던 문제들이 모두 떠올랐다는 싸늘한 평가다.
BNK금융은 이날 우여곡절 끝에 회장 후보 8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다. 이날 면접은 처음이자 마지막 면접으로 후보자 자질을 꼼꼼하게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절차라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단편적인 면접 외에도 BNK금융은 지난 4월 성세환 회장이 구속된 이래 컨틴전시 플랜 가동부터 CEO 선출 과정에 이르기까지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BNK금융은 3월 성 회장뿐 아니라 2인자인 부사장까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구속 가능성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해 조직의 혼선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회장직 외부공모 허용 당시에도 명확한 기준 없이 여론만 의식해 문호를 여는 모습을 보이면서 낙하산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게다가 유력 주자로 거론되던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서류면접에서 탈락하고 이를 비판하는 내용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잡음은 더 커졌다. 심지어 8인 후보에 든 김 전 부회장의 나이를 두고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김 전 부회장은 1946년생으로 올해 71세다. 이에 대해 BNK금융의 한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의 연령 규정으로는 이미 탈락했을 고령임에도 후보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회장 인선에 대한 절차와 규정 등이 허술하다는 불만이다.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이미 CEO 선출 과정에서 내홍을 겪으면서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마련해 이를 안착시켰다. 신한금융은 만 67세 미만일 경우만 회장으로 선임될 수 있고 연임하는 경우 재임 기한이 만 70세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승계 과정의 잡음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BNK금융이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성장세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BNK금융은 총자산 106조원(지난해 말 기준)에 부산은행을 주축으로 자회사 8개를 거느리며 국내 5대 금융지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업계 1위 신한금융이 ‘신한 사태’를 겪으면서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도 반면교사로 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이 2011년 무렵 금융지주사에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마련해 회장의 나이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했음에도 BNK금융은 이를 무시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장기집권했던 이장호 전 BS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고 성 회장이 이어받는 과정 등에서 지배구조를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BNK금융이 수수방관했던 탓에 이번에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BNK는 2014년 경남은행, 2015년 BNK자산운용을 인수해 5대 금융지주로서 외형은 완성했지만 내부 시스템은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것이 이번 승계 과정에서 잡음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