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할랄 한우

1015A35 만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기간 중 중동 선수들이 한때 선수촌 음식을 거부한 적이 있다. ‘신이 허락한 음식’인 할랄식 재료로 요리하고 별도의 할랄 그린존을 운영했음에도 이들은 선수촌 밖 할랄푸드 식당을 찾아 헤맸다. 사달은 식재료가 아닌 조리기구와 식기에서 비롯됐다. 이슬람 율법상 신이 허락하지 않은 음식(하람)인 돼지고기를 담은 식기와 하람 식품을 요리한 조리기구를 사용한 게 화근이었다. 식재료 외에도 저장과 유통·조리 과정에서 하람과의 접촉을 금하는 게 이슬람 율법이다. 무슬림은 알약을 복용할 때 캡슐을 까서 안에 든 약 성분만 먹는다고 한다. 캡슐의 원재료인 젤라틴을 돈피(豚皮)로 만들기 때문이다.

할랄은 ‘허용한 것’이라는 아랍어로 이슬람 경전과 사전인 꾸란과 하디스의 가르침에서 유래한다. ‘죽은 동물, 피 흘리는 동물, 돼지 등 신성하지 않은 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꾸란의 글귀가 준거다. 육류 도축도 이슬람 율법에 맞아야 한다. 무슬림은 이런 할랄 도축을 다비하라고 부른다.


다비하는 일반적 도축에 비해 꽤 까다롭다. 동물의 머리를 메카 방향으로 둬야 하고 기도문을 외우고 단칼에 숨통을 끊어야 한다. 피를 다 뽑지 않으면 할랄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비하는 이슬람 특유의 종교적 의식에다 육류의 부패를 막기 위해 고안됐다고 한다. 전기충격으로 동물을 기절시킨 뒤 도살하는 일반적 방법도 허용되지 않는다. 의식을 잃게 하는 것이 고통을 더 주고 육류의 질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



할랄 한우 프로젝트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충남 부여 소재 할랄도축장 건립사업이 일부 기독교단체와 지역민의 반발에 부닥친 탓이다. 정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할랄 쇠고기를 한우로 대체하기 위해 3년 전부터 할랄도축장 건립을 추진해왔다. 예산도 총사업비의 30%를 배정했다.

할랄푸드가 세계 식품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히잡을 쓴 무슬림 관광객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게 요즘이다. 지난해 한국을 다녀간 무슬림 관광객이 98만 명이다. 웰빙식이라는 입소문에 국내 할랄식당도 제법 인기다. 할랄도축장 논란은 우리와 다른 문화라고 해서 배타적 태도를 보인 게 아닌지 아쉽기만 하다.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