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찾동'이 바꾼 서울의 일상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덕선이네와 정환이네, 선우네와 택이네는 무슨 근심 걱정이 있는지 서로서로 다 안다. 맛있는 음식도 집집마다 나눠주며 한 가족처럼 지낸다. 그때는 그랬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이웃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도왔고 적어도 그 어려움이 극단적 위기로 커지기 전에 발견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며 서울의 풍경은 참 많이 변했다. 이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리고 지난 2014년 겨울 송파구의 어느 반지하 방에서 어렵게 생을 이어오던 세 모녀가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쓰인 메모 한 장과 70만원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손을 다쳐 일용직 일자리마저 잃게 된 엄마가 병에 걸린 두 딸과 자신의 삶을 이어가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으로 모든 복지전달 체계를 전면 혁신하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총 424개의 동주민센터가 변화의 중심이다. 그동안 책상에 앉아 주민등록 등본·초본 등의 각종 증명서를 떼주고 복지 서비스도 신청을 받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찾아가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이름도 그냥 ‘동주민센터’에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로 새로 달았다. 2,452명의 현장인력도 파격적으로 늘렸다. 보다 빨리 구석구석 찾아다니기 위해 ‘찾동이’라고 이름 붙인 차량 172대도 배치했다.

관련기사



이렇게 바뀐 ‘찾동’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시민의 삶을 바꾸고 있다. 우선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찾아간다. 생계가 막막하거나 복지혜택을 알지도 못하고 신청하지도 못해 어려움을 겪는 독거 어르신 등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 지원한다. 또 방문간호사가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지병을 체크·관리하고 치료 안내까지 해준다. 65세 및 70세가 도래한 어르신과 출산 가정이 집중 관리 대상이다. 지난 일 년 동안에만 이렇게 사회복지사나 방문간호사의 방문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총 6만4,000여가구의 생명과 일상·꿈을 지켜냈다.

끝으로 찾동은 주민 스스로 우리 동네의 문제를 대화·토론으로 해결하는 중요한 활동 거점이다. 이미 주민 소모임이 2,300여개나 형성돼 있다. 이달에는 ‘서울시 복지 포털(http://wis.seoul.go.kr)’에서 또 하나의 서비스가 시작된다. 찾동이 시행되는 지역의 주민은 집 주소만 입력하면 자기를 전담하는 공무원의 이름에 직통 전화번호까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그를 전담하는 공무원과 연결돼 있는 셈이다. 이제 서울에서는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