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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기인상' 김인강 교수] 소아마비 극복한 수학자..."수학은 자유롭게 사유하는 학문"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즐기며 학문연구 매진을"



김인강 고등과학원 교수는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가난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지금도 목발에 의지해야 한다. 김 교수가 대학 전공으로 수학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제약이 영향을 미쳤다. 어린 시절부터 이과 계열 학문을 좋아했지만 직접 몸을 써야 하는 의대·공대와 실험이 많이 필요한 화학·생물학 등을 배제하고 책과 종이·펜만 있어도 연구가 가능하기에 수학이라는 학문을 선택한 것이다.

신체적 제한이 전공 선택에 영향을 미쳤지만 김 교수는 이마저도 자신만의 철학으로 소화해냈다. 그는 “수학을 공부할 때는 많은 실험 도구나 복잡한 인간관계는 필요하지 않다”면서 “자유롭게 사유하고 고민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점에 자연스럽게 끌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해 차석으로 졸업한 그는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UC버클리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지도교수 앤드루 카슨을 만나 수학자로서의 삶을 새롭게 정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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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슨 교수는 김 교수를 비롯해 모든 학생에게 철저히 혼자 공부할 것을 요구했다. 스스로 수학자로 성장하는 법을 가르쳤다. 지도교수는 수많은 실패를 통해 원리를 터득해야만 한다는 진리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설파했다. 김 교수는 “처음 카슨 교수를 만났을 때 ‘박사학위를 이용해 다른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당장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듣고 순간 정신을 번쩍 차렸다”며 “그가 ‘누군가의 결과를 절대 모방하지 말라’고 가르친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과학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지금까지 김 교수는 늘 ‘독창성’을 강조한다. 그는 “비록 초라해 보여도 나 스스로 집을 짓고 (그 집을)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즐기면서 해야 진정한 학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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