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로터리] 젊음과 하나 된 전통시장

김흥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돈으로 뭐든지 살 수 있다지만 돈 주고도 못 사는 추억과 정을 파는 곳이 있다. 바로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은 지난 1996년 유통시장 개방 후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정부는 2008년부터 1,350억여원을 특성화 시장 육성사업에 지원했다. 이후 줄곧 줄어들던 전통시장 매출은 2014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무언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전통시장 이용객은 무려 70% 이상이 50대 이상이고 상인의 평균 연령은 56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10년 후 미래에 대형 마트에 익숙해진 40대는 전통시장에 돌아갈까.

지금부터 젊은이가 찾고 싶은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 젊음이 숨 쉬는 공간, 간편한 구매 절차가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시장을 만들기 위해 청년상인 지원을 시작했다. 물론 빈 점포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과 기존 상인과의 갈등이 발걸음을 멈칫하게도 한다. 하지만 강원 원주 미로시장에서 희망을 봤다. 20년간 방치돼 있던 빈 공간을 청년들이 의류·예술작품·주얼리 공방으로 변신시키더니 젊은 고객이 200%나 늘어 기존 상인들과도 동반성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풀어가야 할 문제를 고민해보자. 먼저 젊은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 전통시장에는 없지만 어디에서나 파는 ‘치즈 타르트’는 어떨까. 시장에도 타르트 가게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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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상인 지원을 받아 성공한 젊은 취향의 상품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정부가 상품 브랜드와 제조법에 대한 권리를 보상해주고 다른 청년상인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상품이 시장에서 젊은 고객들을 유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젊음이 숨 쉬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혼자 사는 청년을 위한 싱글 쉼터, 혼밥족 거리, 전통시장 와이파이존 같은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여기에 부산 깡통시장, 전주 남부시장 같은 젊음의 거리를 정부가 특성화 시장 지원에 더해 조성해준다면 어떨까. 젊은이들이 찾는 야시장보다 쉽게 창업할 수 있게 해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간편한 결제다. 요즘 젊은이들은 휴대폰으로 물건을 산다. 이들은 결제가 불편하면 뒤돌아보지 않는다. 이러한 수요를 맞춰주지 못하면 전통시장은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전자 온누리상품권 확산과 포인트 제도 추가, 간편결제 등은 정부가 나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서 전통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장 상인들과 전문가가 계속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답을 찾는 날, 시장 어귀에 앉아 젊은 청년들과 맥주 한잔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한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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