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 한 채 가격이 500만~1,500만달러(57억~172억원)에 달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고급 주택가에서 9만 달러(약 1억 277만원)에 거리 하나가 통째로 팔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거리가 헐값이나 다름없이 팔린 것은 사유지 도로가 내야 하는 세금 연간 14달러가 30여년간 밀리자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이 거리를 경매에 내놓은 탓이다. 주민들은 매각을 철회하라며 들고 일어났지만 시 당국은 “법은 엄격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의 보도에 따르면 대만 출신의 티나 램, 홍콩 출신인 마이클 청 부부는 최고급 저택 38채가 모여있는 샌프란시스코의 프레시디오 테라스 거리를 지난 2015년 4월 매입했다. 부동산업자인 이들 부부는 시당국이 세금와 연체이자를 합한 994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이 거리를 온라인 경매에 내놓자 서둘러 낙찰을 받았다. 키가 큰 종려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이 거리는 다이안 페인스타인 상원의원, 낸시 페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명사들의 저택이 즐비한 곳이다.
거리를 낙찰받은 부부는 고질적인 주차난을 겪고 있는 이 지역에 주차장을 만드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투자회수계획을 세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이 돼서야 거리가 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매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1905년부터 거리를 관리하던 프레시디오 테라스 주택소유자협회도 업무를 담당한 회계사가 1980년대에 일을 그만 둔 뒤 잘못된 주소로 세금고지서가 발송됐다며 매각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청 씨는 CNN에 “만일 세금을 30년간 내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봐야 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는 다음 달 청문회 개최와 매각 무효화 등을 논의할 회의를 개최해 해결책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