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임명 나흘만에 자진사퇴했다.
11일 박 전 본부장은 과기정통부를 통해 ‘사퇴의 글’을 전했는데, 그는 글의 서두에서 자신의 이름 앞에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라는 직책명을 사용하기도 힘들다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보여주신 대통령께 감사하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동안 박 전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 왔는데, 지난 2004년 1월부터 2년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맡았던 그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 지원에 중추 역할을 했으며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황 전 교수의 논문에 이름을 올렸고, 황 전 교수로부터 전공과 무관한 연구 과제를 위탁받으면서 정부지원금 2억5000만 원을 수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인 바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박 전 본부장은 지난 10일 정책 간담회를 열고 황우석 사태에 대해 사과했지만 비난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실제 박 전 본부장이 전한 ‘사퇴의 글’에는 황우석 사태에 대한 설명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글 전체를 관통하는 박 전 본부장의 주장은 연구 조작의 모든 책임이 본인에게만 쏟아지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이 주된 요지였다.
박 전 본부장은 글에서 “황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이 내 임기 중에 일어났다고 해서 내가 황우석 논문 사기 사건의 주동자나 적극적 가담자로 표현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황 교수의 서울대 연구실에 대통령을 모시고 간 사람은 내가 아니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계기로 내가 노력했던 꿈, 연구 목표, 삶에서 중요시 여겼던 진정성과 인격마저도 송두리째 매도됐다”면서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추락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에서도 박 전 본부장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는데, 청와대는 박수현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본인의 사퇴 의사를 존중한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짤막한 공식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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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kkm261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