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전 국민의당 대변인이 13일 “국민의당은 조선노동당이 아니다. 1인의, 1인에 의한, 1인을 위한 정당은 새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국민의당 탈당을 선언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안철수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측근이기도 한 김 전 대변인의 탈당을 계기로 최근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다시 확산될 지 주목된다.
김 전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10일 국민의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며 자신의 탈당 사실을 알렸다. 그는 탈당 이유에 대해 “좌절감과 낭패감이 컸다. 긴 불면의 시간을 보내며 고심한 결과”라면서 “지금까지 동고동락한 동지들께는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을 글에서 당권 도전에 나선 안 전 대표에 대해 작심한 듯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당이 증거조작 사건에 연루돼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정작 책임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며 “심지어 후보를 지낸 사람까지 자신의 패배 때문에 열리게 된 전대에 출마하겠다고 하면서 위기에 처한 당은 진흙탕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자신 때문에 실시되는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꼴로, 내년 재·보궐선거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안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변인은 이어 “책임정치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낳은 참사로, 코미디 같은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며 “계파 패권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 생명을 걸었던 창당 정신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안 전 대표가 정계 복귀와 함께 표방한 ‘극중주의’에 대해서도 “국적불명의 ‘극중주의’는 시대정신에 대한 반항”이라며 “촛불혁명의 시대정신을 망각한 정치공학도의 망상이자 낡은 이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타자들이 그어놓은 이념의 경계선에서 ‘경계인’으로 살겠다는 자포자기 선언”이라고 깎아내렸다.
김 전 대변인은 “국민의당은 조선노동당이 아니다”라며 “친위세력이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용팔이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는 폭력적 정치활동이다. 시대를 통찰하지 못하는 1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당의 미래는 이미 역사를 통해 확인됐다”면서 안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박지원 전 대표에 대해서도 “기이하게도 물러난 전직 당대표는 그 후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언론에 대고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해 1월초 김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당시 동반 탈당한 뒤 국민의당 신당 창당 과정에 함께 참여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당권 도전을 검토하다 불출마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변인은 “이 글은 제 개인의 순수한 생각이며, 지금까지 제가 함께 해온 ‘그분’의 뜻과는 무관함을 밝혀둔다”며 김 전 대표의 의중과는 무관한 결정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