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스토리 人] 10년이상 걸릴 사업재편 1년만에 '뚝딱'...SK모태 자존심 세운 '최신원판 딥체인지'

변화·혁신 이끄는 최신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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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4월7일. 19년 만에 SK네트웍스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하며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로 첫 출근한 최신원(사진) 회장은 1층 로비에 있는 부친 최종건 SK 창업주 동상을 향해 큰절을 했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는 새로 창업한다는 각오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를 악물었다.

SK네트웍스는 고(故) 최종건 SK창업주가 1953년 세운 ‘선경직물’이 모태다. 그 이후 선경㈜, SK상사, SK글로벌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SK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은 변함없었다. 하지만 ‘미래 비전이 안 보인다’는 평가 속에 주가는 내림세를 거듭하고 있었고 실적도 악화일로였다. 창업주의 장남 최 회장에게 ‘구원투수’라는 의미가 부여된 이유다.


44년만에 ‘오너 경영’ 드라이브

패션·유류 유통·쉐라톤 등 털고

동양매직 등 미래사업은 사들여

모빌리티-홈케어로 사업구조 바꿔




최 회장 취임 2년 차인 올해 SK네트웍스는 재계에서 가장 ‘핫’한 곳이 됐다. 렌터카와 주유·정비 서비스 사업을 포괄하는 ‘모빌리티’와 주방가전 렌털 등 ‘홈 케어’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려는 전방위 움직임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가 1973년 최종건 회장이 작고한 후 44년 만에 오너 경영인을 맞이한 게 실감 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SK그룹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딥체인지’ 경영에 견줘 더 강도 높은 ‘최신원판 딥체인지’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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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분위기는 자금력과 미래 비전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등장하기 어려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부터 엿보인다. 바이(buy)든 셀(sell)이든 좀처럼 M&A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SK네트웍스는 최신원 회장 취임 이후 M&A 시장의 단골손님이 됐다.

오너가 복귀했음을 시장이 실감한 계기는 지난해 최신원 회장 등판 이후 뛰어든 동양매직(현 SK매직) 인수전이었다. 동양매직을 사겠다고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들이 제시한 가격이 수백억원 차이에 불과해 우위를 가늠할 수 없었던 인수전에서 최신원 회장은 오너가 아니면 던질 수 없는 승부수를 띄웠다. SK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은 물론 임직원 완전 고용보장 등과 같은 경쟁자들이 제시하지 못할 만한 과감한 조건들을 내걸며 6,100억원에 동양매직을 품었다. SK네트웍스로서는 2015년 KT렌탈(현 롯데렌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오너의 경영 복귀 이후 M&A에 끝내 성공한 것이다.

미래 사업은 사들이고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털어냈다. 타미힐피거와 DKNY 등 6개 패션 브랜드를 포함한 패션사업 전체를 현대백화점그룹에 3,300억원에 매각하며 패션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재승인에 실패한 면세사업도 손을 뗐다.

이뿐만 아니다. 올해 3월 액화석유가스(LPG) 충전 사업을 동생인 최창원 회장이 이끄는 SK가스에 3,102억원에 넘긴 데 이어 최근에는 유류 도매 유통사업을 SK에너지에 넘기며 주유소 가맹사업에서 발을 뺐다. 올 초부터는 호텔 사업에서 1977년부터 40년간 써온 ‘쉐라톤’ 간판을 내리고 ‘워커힐’ 독자 브랜드를 쓰기 시작했다.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은 그랜드 워커힐로, W호텔은 비스타 워커힐 브랜드로 독자 생존에 나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서 10년에 한두 번 있을 법한 변화가 최신원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1~2년 새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원 회장이 이끄는 SK네트웍스는 향후 모빌리티와 홈케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SK텔레콤 등 계열사와의 연계를 확대하는 한편 추가 M&A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홈케어 사업에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과 스마트홈 기술을 접목해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모빌리티 쪽에서는 카셰어링과 중고차 판매사업에도 진출해 사업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양대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M&A 수단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지난 1~2년간 추진된 사업재편을 통해 회사의 미래 방향성이 명확해졌다”면서 “사업 매각 대금은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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