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 시장에서의 고전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5.4%로 주요 완성차 업체 12곳 중 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영업이익률이 1.2%포인트 떨어지면서 수익률 순위가 4위에서 5계단이나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8위였던 기아차는 올 상반기 3.0%의 영업이익률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독일 BMW는 11.2%의 영업이익률로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완성차 업체 중 수익성이 가장 좋았다. 다임러가 9.6%로 2위였고 미국 GM(8.0%), 폭스바겐(7.7%) 순이었다. 도요타가 7.0%, 닛산이 6.3%를 기록하는 등 일본 차들도 선방했다. 올 상반기 엔화가 강세인 점을 고려하면 현대·기아차와의 수익성 격차는 수치보다 더 크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은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수요 둔화에 신차 부진이 맞물리면서 재고와 판매 장려금이 증가했고 중국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판매량이 반토막났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체마다 원가 절감을 통해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노조 파업과 통상임금 소송 등의 불확실성으로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4조원으로 독일 폭스바겐의 25%, 일본 도요타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완성차 업계에서 영업이익률 5%는 성장을 위한 마지노선”이라면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쟁력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