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전력 소비 줄여라" 급전 지시에…철강·정유사 속앓이

제조업 특성상 설비 놀릴수 없는데

탈원전 정책 맞물리며 급전 잦아져

자체발전기 풀가동·공정계획 수정 등

해법 찾기 나서지만 묘안 없어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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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사진은 포스코 용광로. /서울경제 DB철강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사진은 포스코 용광로. /서울경제 DB


국내 최대 전기로 업체 현대제철(004020)은 지난 7월 정부로부터 “전력 소비를 줄이라”는 ‘급전’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설비를 한시도 놀릴 수 없는 제조업 특성상 급전 지시를 100% 이행하기가 쉽지 않다. 고민 끝에 현대제철은 통상 2~3일 걸리는 전기로 정기보수를 급전 지시가 내려온 날 실시하기로 했다. 급전 지시로 부득이 설비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경영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추석 연휴 등에 주로 했던 정기보수 시기를 어쩔 수 없이 여름철로 옮겼다”고 말했다.


철강·정유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 기업들은 요즘 ‘전력’ ‘전기료’ 등의 단어만 들어도 골치가 아프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과 맞물려 부쩍 잦아진 급전 조치와 산업 전기료 인상에 대비해야 하는 탓이다. 제대로 된 솔루션을 찾기 힘든 여건에서 묘안 짜기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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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처럼 1년에 2번은 필요한 전기로 점검을 급전 시기에 끼워 넣는가 하면 자체 발전기를 최대한 돌리는 업체도 있다. 포스코와 SK이노베이션(096770) 등이 대표적이다. 포스코의 경우 자가발전비율이 67.8%(2016년 기준)로 높다. 용광로에서 배출되는 부생 가스를 재활용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도 자체 발전기를 풀가동해 급전 지시에 맞췄다. 전력구입금액이 약 7,500억원(지난해 기준)인 포스코는 자체 발전 비중을 높여갈 계획이다. 포스코는 특히 급전 시 압연 등 전기가 많이 소모되는 공정의 스케줄도 조정하고 있다. 통상 시간 단위별로 짜는 공정 일정에 변화를 줘 전기를 아끼려는 의도다.

SK이노베이션도 자체 발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자체 발전을 최대한 가동할 경우 전체 전력 소비 가운데 19%까지 충당이 가능한데 지금은 10% 수준까지 왔다. 회사 관계자는 “공정 가동에 필요한 고압 스팀도 자체 발전으로 돌리고 있는데 이를 빼고는 발전량을 최대로 맞춰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료 인상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앞두고 미국 철강업계가 국내의 값싼 산업용 전기를 문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들은 정부가 일단 경부하요금부터 올릴 것으로 본다. 경부하요금은 상대적으로 전기소비가 적은 밤 시간대(오후11시~오전9시)나 주말에 적용되는 전기료다. 최저가가 킬로와트시(KWh)당 52.8원으로 지난해 산업용 평균인 107.11원의 절반 수준이다. 기업들은 현재 전기료가 가장 싼 경부하요금(10시간 적용), 중간부하(8시간), 한낮에 적용되는 최대부하(6시간) 등 세 가지 요금을 적용받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부하요금 인상이 다른 구간 요금 인상으로 가기 위한 수순이 아니겠느냐”며 “전기료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넘는 기업들은 걱정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철강 업체 관계자도 “원가 반영 말고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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