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美 슈퍼 301조'



재정과 무역의 쌍둥이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 의회는 1988년 새로운 종합무역법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킨다. 1974년에 만들어진 통상법상 불공정무역 보복절차인 301~ 309조에다 특별조항인 310조를 덧붙인 것이다. 이전 조항이 이해관계자인 해당 업계의 제소로 조사가 시작된 반면 새로운 조항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우선협상국(관행)으로 지정하면 조사개시와 보복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보다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로 이전의 301조 등과 비교해 언론에서 ‘슈퍼 301조’라고 명명했다.


법 도입 당시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행정명령만으로 100% 보복관세 등 일방적이고 강력한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유무역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시 조항인 슈퍼 301조는 그래서 1990년 공식 만료된다. 그러나 이후 집권한 빌 클린턴 행정부는 세 차례의 행정명령으로 부활시켜 2001년까지 거의 집권기간 내내 이를 유지한다. 당시 미 무역적자의 최대 원인으로 꼽혔던 일본 자동차 업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가 보복조치 시행 직전 극적인 미일 자동차 협상 타결로 1995년 지정이 철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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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타깃은 한국 자동차.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치닫던 1997년 10월1일 USTR는 한국 자동차 시장을 우선협상국관행(PFCP)으로 지정한다. 근거는 제너럴모터스·포드 등 미국 자동차 3사가 제기한 한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인 자동차 관련 누진과세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후 한국의 IMF행이 결정되고 한국 정부의 잇따른 구조조정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이듬해 말께 PFCP 지정이 취소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통상법 301조에 따른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조를 압박하는 차원이다. 트럼프가 언급한 301조가 이른바 ‘스페셜 301조’라는 지적재산권 문제에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슈퍼 301조까지 확대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미중 간 무역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핵 문제와 별개로 미중 간의 무역전쟁 또한 우리에게는 결코 좋지 않은 얘기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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