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굵직한 복지정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물론 주요국보다 크게 뒤진 복지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희망찬 비전이다. 하지만 내놓은 대책에 대한 재원 조달 방법이 틈이 많고 부실해 미래세대에 부메랑으로 날아올 것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9일 건보 보장률을 63%에서 오는 2022년까지 70%로 인상하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다음날에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수급자를 163만명에서 252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 단가를 월 20만원에서 단계적으로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복지 확대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한국 가정의 의료비 직접부담 비율은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멕시코(40.8%) 다음으로 높다. 약 90만명이 기초생보 자격이 될 만큼 생활이 어렵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복지급여를 못 받고 있었고 노인 빈곤율도 47.7%(지난해 기준)로 OECD 평균보다 4배나 높다.
문제는 재원이다. 대표적인 게 건보.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했다. 이 중 10조원은 건보 적립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국고 지원 확대, 건보료 과거 10년 평균 인상률(3.2%)로 제한적 인상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연도별로 국고지원이 얼마나 늘 수 있고 건보료 인상으로 조달 가능한 금액이 얼마인지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고지원은 매년 세수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보험료 인상률도 건강보험정책심의회 등에서 정해 복지부가 정확히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정밀한 계산이 없다 보니 건보료가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나오는 실정이다. 2023년부터 들어갈 돈도 걱정거리다. 급속한 고령화로 건보 수요는 빠르게 불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의 재원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재정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지만 급증하는 국가채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당장 기초생보 수급자 확대로 2022년까지 9조5,000억원이 투입되며 기초연금 월 30만원 인상으로 21조8,000억원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필요한 재원은 200조원(국정과제 178조원에 최저임금 보전분 연간 3조원, 건보 국고지원 확대 등 포함) 내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초고소득자·대기업 등에 대한 증세만 밝혀 이로 인해 5년간 들어올 세수는 27조5,000억원(연간 5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예상한 자연 세수 증감분 약 60조원을 더해도 90조원 수준이다. 강도 높은 정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지만 부족분을 채우기는 불가능해 결국 적자국채를 발행,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