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8·2대책 보완 조치] 사전고지 없이 '벼락치기 대책'에 선의의 피해자 10만가구 양산 우려

<양도세 2년 거주 요건 예외 검토 왜>

23일까지 입법예고...수정 가능

"예외 요구 늘것" 부정적 시각도



정부 내에서도 ‘8·2부동산대책’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난 2일에는 세법개정안 발표도 있었는데 양도소득세 중과 같은 대책은 세법개정안에 들어가지 않고 국토교통부의 ‘부동산대책’에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개정안 발표 1주일 전쯤부터 논의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급격한 부동산 가격 오름세 탓이지만 그만큼 치밀한 준비는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만 해도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자가 얼마나 되는지 최근에야 국토부에 자료를 요청했다. 대책 발표 때만 해도 없던 자료다.

더 큰 문제는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다. 서울에 분양을 받았지만 출산 같은 개인 사정으로 이사를 할 수 없게 된 경우나 잔금을 납부 중인데 갑자기 거주 요건이 생겨 2년 뒤에 팔면 양도세를 내야 하는 이들이 생겼다. 현행 세법은 잔금일과 등기일 가운데 빠른 날을 주택 취득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계약을 할 때 2년 거주 요건이 생길지 알았으면 “청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들도 많다.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사전 고지나 움직임 없이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조치가 이뤄져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기재부가 이번에 2년 거주요건 예외를 검토하기로 한 것도 이런 문제 탓이다. 계약은 했는데 잔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8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1주택에 해당하는 분양권 보유자에게 3년 보유, 3년 거주 규제를 도입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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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정부가 예외를 두려면 둘 수 있다. 기재부는 10일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23일까지가 의견수렴 기간이다. 입법예고안에는 계약 후 잔금을 내지 못한 이들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청와대와 정부 의지에 따라서는 수정이 가능하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8·2대책’ 이전에 계약을 하고 잔금을 치르지 못한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적 의견은 없다”면서도 “입법예고라는 게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니까 수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비과세 요건 강화에도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국토부를 중심으로 경과조치 없이 벼락치기로 대책을 추진하다 보니 일부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 강화와 관련해 다음달 초가 유력한 시행령 개정 이후 양도(매매)한 주택에 2년 거주요건을 적용하되 2일 이전에 주택을 취득(매입)한 사람은 예외를 적용한다고 돼 있다. 이를 뜯어보면 이달 중 집을 사고파는 사람은 2년 거주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이 경우 보유기간이 2년이 안 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앞서 국토부는 3일 이후 취득하는 주택부터 1세대 1주택이더라도 2년 거주요건을 맞춰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준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혔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비과세가 안 된다는 결과는 같지만 적용 항목은 다른 셈이다. 한 달 내에 집을 매매하는 것이 사실상 극히 드물지만 이를 두고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기준이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 내 일각에서는 ‘8·2대책’ 발표 이전에 계약을 했더라도 현재 잔금을 치르지 못했으면 예외를 인정해줘서는 안 된다는 기류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둘씩 예외를 인정해주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책 발표 전에 계약만 한 이들의 마음을 심정적으로 이해는 한다”면서도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이번 대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예외를 인정해주기 시작하면 형평성 논란으로 되레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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