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한반도 위기 해법은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데 방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면 남북경협, 국제 지원 등을 통해 북한 체제가 유지되도록 돕고 남북 간 합의이행사항을 법제화해 신뢰를 지키겠다는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담겨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밝혔던 ‘베를린 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베를린 구상 발표 이후에도 북한은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군사 위협발언으로 한국과 미국을 흔들어댔다. 그럼에도 무력을 동원한 북한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차 천명했다. 대화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함께 번영을 누리자는 ‘진정성’을 보여준 연설로 평가된다.
◇낮아진 대북 대화 문턱=문 대통령의 이번 경축사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제재와 대화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는 발언이다. 지난 6월 말의 한미 정상회담이나 7월 초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만 해도 문 대통령의 대북해법 뉘앙스는 ‘선(先)제재-후(後)대화’였다. 이번 경축사에서는 대화와 제재의 병행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해 북한과의 대화 문턱이 한결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화 시작의 조건 자체는 기존처럼 확고하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한 “북핵 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과 베를린 구상을 종합하자면 ‘북한의 핵 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대북 대화 개시→북핵 동결 →단계적 지원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이행→완전한 북핵 폐기’의 밑그림이 문 대통령의 이번 경축사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축사 내용 중 북한이 남북합의 이행을 약속하면 국회의결을 거쳐 합의를 제도화할 것이라는 대목도 눈에 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남북경협과 교류, 지원 정책이 이후 보수 정권 10년간 유지되지 못한 데 따른 북측의 불신을 방지하기 위해 차기 정부가 들어서도 함부로 남북 간 합의를 번복하지 못하도록 안전핀을 꽂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일방행동에 쐐기=문 대통령은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견제 목소리를 냈다.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라며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미 간 갈등 논란이 재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듯 이날 경축사에서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이제 문제 해결의 공은 북한과 미국·중국으로 넘어갔다. 당장 북한이 오는 21일부터 실시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전후로 도발을 추가로 해올지 여부가 관심사다. 지난 13일 미국의 대북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징후가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이 같은 상황을 억지하려는 듯 14일(현지시간)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한다면 급속하게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만약 북한이 그렇게(괌 공격) 한다면 게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미리 구두경고에 나섰다.
중국은 북한의 철·석탄·수산물 등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며 대북 압박공세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