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중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장산범’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염정아는 “‘장화, 홍련’을 만나 연기에 눈을 떴고, ‘범죄의 전쟁’은 정말 신나서 작업했던 영화이고, ‘장산범’은 공감이 가 많이 울었던 영화이다”고 말했다.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장산범’(허정 감독, 스튜디오 드림캡쳐 제작)은 ‘장화, 홍련’ 이후 염정아가 14년 만에 선택한 스릴러란 점에서 화제가 된 영화이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염정아는 강인한 모성애부터 다양한 감정을 소화해내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장산범’의 주인공으로 돌아온 염정아는 “모성애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고 시나리오를 보고 많이 울었다” 고 한다. 특히 모성애가 어우러진 공포물이란 점에서 염정아의 마음을 움직였다.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드라마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 영화가 시나리오대로 나왔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눈물이 나더라. 희연은 평범한 엄마인데, 아들을 잃어버리고 난 뒤 그런 시작점에 있어서 아픈 엄마로 볼 수 있어요. 겉으로는 평범한 일상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항상 신경 안정제를 먹고 있고, 치매에 걸린 아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어요. 시어머니가 혹시나 아이를 잃어버렸던 순간을 기억해 내실까. 거기에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에요. 희연의 감정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영화 ‘장산범’에서 엄마 ‘희연’은 낯선 소녀 ‘여자애’(신린아 분)를 만나고 미스터리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실제 엄마이기도 한 염정아는 가족을,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한 마음은 영화 속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다가왔을 터.
“희연은 5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게 그게 희연 자신 탓일 수 있고, 같이 있던 시어머니의 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그만하라고 하는데 그러지 못하죠. 이런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약해진 희연이가 여자 아이를 보면서 홀려요. 그게 홀리는 건지 뭔지 모르게 희연은그 여자 아이에게서 잃어버린 제 아들을 보는 거죠. 절대 버릴 수 없는 아들 준서요.“
낯선 이에게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공포로 이끄는 최강 심리 사운드 스릴러인 탓에 소리를 상상하면서 연기를 한 배우들에겐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다고 한다.
“소리를 상상하면서 연기를 해야 했어요. 초 중반에 들리는 소리들은 상상을 하거나 감독님에게 충분한 설명을 들으면서 작업을 했어요. 후반부로 가면서부터 ‘희연’이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감정이 올라가고 그것 때문에 행동을 하게 되는 과정은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 감정이 끌어오를 수 없다고 생각해서 인이어에 아들 역을 맡은 배우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으면서 연기를 했어요.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과 작업은 신뢰가 가득했다고 한다. 무서운 영화를 즐겨 보진 않지만 ‘만드는 입장에선 재미있는 작업이었다’고 밝힌 이유 역시 감독에 대한 신뢰에서 기인했다.
“허 감독이 엄청 꼼꼼하세요.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분이라 더 믿음이 갔어요. 현장에선 원하는 게 나올 때까지 계속 다시 할 것을 요구하셔서 쉽게 ok를 받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최선을 다한 작업이었다고 자신 할 수 있어요. 개봉 후 극장에 가서 보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실행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출연 배우가 객석에 앉아있으면)관객 분들이 얼마나 놀라시겠어요? 관객들 반응이 너무 궁금해서 뒤에 앉아서 보고 싶긴 해요. ”
지난 1991년 제35회 미스코리아 선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염정아는 1991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한 26년 차 배우다. 중학생 시절부터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워온 염정아가 너무도 좋아한 배우는 바로 박중훈. 배우 박중훈을 너무나 좋아하는 마음에 박중훈이 나온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로 진학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박중훈 선배님을 너무 좋아했어요. 한번도 작품으로 만난 적은 없어요. 예전에 ‘무릎팍 도사’에 나가서 이 말을 한 적 있는데, 선배님이 저에게 직접 연락을 해주셨어요. ‘그런 줄 몰랐는데 고맙다. 후배님. 앞으로 잘 되실거다’ 고 말씀해주셨는데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20년이 넘게 배우로 살고 있는 염정아이지만 그는 늘 연기에 목말라했다. 2006년 결혼한 이후에도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배역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배우를 지켜보는 행복도 안겼다.
“어렸을 때 난 왜 이렇게 안 해봤지?란 생각을 해요. 작품을 더 많이 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지 몰랐어요. 갈수록 더욱 연기에 목말라요. 한 작품 한 작품이 다 소중하고 감사해요. 제 나이에 맞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라는 타이틀과 ‘멋진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서 그는 “그렇지도 않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여배우로서 대단한 목표나, 어떤 비장한 사명감을 갖고 있진 않아요. 바람이 있다면 여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점이요. 그 점에서 저희 ‘장산범’ 영화도 잘됐으면 해요. 저 배우가 선택한 건 믿고 봐도 된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