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리빌딩 파이낸스2017] 불붙은 블록체인...'규제체인'에 묶인 한국

가상화폐 발행...쉽게 자금조달

각국 기술 선점·표준화 전쟁중

中도 年 수조 쏟아부으며 육성

韓은 전문가 부족...큰틀도 못짜



데이터 저장 서비스 업체인 미국의 파일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을 통해 최근 한 시간 만에 2,877억원의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루트는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는 게 일반적이지만 파일코인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가상화폐 발행으로 자금을 손쉽게 조달했다. 이 같은 방식의 자금조달은 블록체인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으로 전 세계 자금이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항시 대기하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실제 파일코인처럼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올 들어서만도 104곳, 금액으로는 1조6,374억원에 달한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기술선점이나 표준화를 놓고 국가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한 예로 소국인 스위스의 경우 3주 만에 금융기관이 가상화폐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여 전 세계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인구 3만의 스위스 크립토밸리는 전 세계 블록체인 기술 업체들이 앞다퉈 몰려들어 자연스럽게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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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술적 측면에서 만만하게 여겨온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이미 비트코인을 수확하는 채굴 네트워크의 80~90%를 장악하는 등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해놓았고 정부도 한해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체 완샹그룹은 블록체인 전문 벤처캐피털인 펜부시캐피털을 앞세워 전 세계적으로 40여개의 관련 기업에 투자해놓았다. 중국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후오비의 주하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 세계 국가들이 블록체인 기술에서 주도권을 쥐려 한다”며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는 금과 은·백금 같은 국가적 경제 무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원천기술 개발이나 확보, 투자 수준은 어디에 내놓기도 창피할 정도로 초라하다. 블록체인의 1단계에 불과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에만 신경을 쓰지, 가상화폐 이면에 담긴 블록체인 기술 등을 육성하거나 금융 등 전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블록체인 전문가는 “금융당국이 여전히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는 규제 일변도의 생각으로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접근하다 보니 이를 육성하려고 하기보다는 규제하기에 바쁘다”며 “더구나 과거 제조업이 하던 것처럼 다른 나라의 동향을 지켜보다 따라 하는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구사해도 늦지 않다는 안이한 생각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 주도로 지난해 11월 민관 중심의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관료는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제도적인 판을 깔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기서 뒤처지면 앞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모여 가상화폐나 블록체인망 관련 표준화 작업에 나설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흥록·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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