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진수(19)군은 지난 14일 공인중개사 시험에 원서를 냈다. 또래들은 눈앞에 닥친 대학 수시모집 준비로 한창이지만 정작 김군은 공인중개사 시험에 열중했다. 김군은 “대학 진학보다는 부모님의 뒤를 따라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부동산 분야에서 일하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며 “수시 전형으로 목표로 하는 대학에 가면 다행이지만 굳이 안가도 개의치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각종 전문자격시험에 10대들이 뛰어들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대학에 대한 회의감을 가진 10대가 늘어나면서 공무원은 물론 각종 자격증에 도전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중장년 고시’로 불리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대한 관심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10대 응시자 수는 143명이었지만 2016년에는 517명으로 2.5배 이상 늘었다. 전체 시험접수 인원 증가율(27%)을 앞지르는 가파른 증가세다. 교육전문업체 에듀윌 관계자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공인중개사 수강생 가운데 10대 합격자는 전무했지만 이제 전체의 2%를 차지한다”며 “최근 공인중개사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 올해 역시 지원자가 이전보다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성인 자격증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은 국가기술자격 취득 추이로도 드러난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12년 국가자격기술 취득자 가운데 10대는 14만1,251명이었지만 2016년에는 16만3,999명으로 10% 이상 늘었다.
한 교육업체 관계자는 “해마다 1만명 이상 응시하는 대표적인 국가기술자격증 중 하나인 전기기사의 경우 3~4년 전만 해도 학원 내 10대 합격자가 거의 없었지만 매년 꾸준히 증가해 어느덧 전체 합격자 가운데 10대 청소년이 5%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준비기간이 6개월에서 1년가량 요구되고 난이도가 높은 시험이라고 사전 상담에서 충분히 알려주지만 수능을 다시 준비한다는 각오로 도전하는 10대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청소년일수록 대학 간판에 대한 집착이 사라져가는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무원 준비생 가운데 10대 비중이 느는 현상도 공무원 자체에 대한 선호 못지않게 대학에 대한 회의감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역대 최다를 기록한 2017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지원자 중 10대(18~19세) 지원자는 3,202명으로 2015년 2,160명보다 48% 늘었다.
이영규 에듀윌 부산서면학원 원장은 “2학기 수시전형과 수능이 끝나면 부모님과 함께 공무원 등 직업 상담을 하러 오는 학생이 많아졌다”며 “특히 서울로 진학하기 어려운 3·4등급 이하 성적을 받는 인문계 학생일수록 재수 대신 공무원을 준비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