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차상위계층의 의료비를 건강보험공단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해마다 예산을 부족하게 편성해 9년 동안 건강보험공단이 보건복지부 대신 2,504억원의 사업비를 대신 지출해야 했다.
16일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개년간 차상위계층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경감 사업에 총 1조6,539억원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급여를 받고 있던 차상위계층을 2008년 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하며 이들이 종전과 비슷한 부담금으로도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진료를 받을 때 내야 하는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의 일부를 국고에서 부담하고 직장에 다니지 않아 보험료를 본인이 전액 내야 하는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2008년 희귀난치성질환자 1만8,000여명, 2009년 만성질환자와 18세 미만 아동 22만여명이 건강보험 대상자로 전환됐다. 작년 말까지 이 제도의 혜택을 보고 있는 사람은 총 29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까지 정부가 실제로 지원한 액수는 1조4,037억원이었다. 소요액 1조6,539억원에서 2,504억원이 모자란 값이다. 복지부가 부족한 액수를 한 번도 정산하지 않아 건보공단은 2,504억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정책은 정부가 펼치고 부담은 건보공단이 지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국고지원을 명시한 법이 없고 시행령 등에 근거해 사업을 펼쳤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률 근거 없이 예산을 편성해서 시행하다 보니 실제 집행 금액을 정산해야 할 의무가 생기지 않았는데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며 “예산을 정확하게 편성하고 적정한 수준에서 정산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