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합병 이슈에도 박스권...힘 빠진 SPAC

피합병 기업 고평가에 주가매력↓

45개 중 44곳 2,000원대 이하



원금(공모가)과 이자수익까지 보장돼 큰 인기를 끌었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최근 합병 이후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하며 상승탄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신규 먹거리로 시장진입에 나서 올해 스팩 합병 상장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지만 정작 주가는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합병 이슈만으로도 지나친 주가급등을 걱정했던 과거와는 극명한 대비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올해 스팩 합병 상장이 승인됐거나 심사 중인 기업은 15곳을 넘어섰다. 올 들어 이미 합병 상장된 기업만 11곳으로 지난 2015년 최고기록인 13개를 가볍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합병 상장이 증가하는데도 시장의 표정은 밝지 않다. 증권사 간 과잉 경쟁 속에 스팩이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합병 기업을 찾기 어려워지자 피합병 대상기업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스팩 주주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설립 후 3년 안에 합병하지 못하면 해산해야 하는 스팩의 특성상 2015년에 상장된 스팩이 너 나 할 것 없이 합병에 나서며 스팩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스팩이 한꺼번에 합병 대상을 찾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된다”며 “스팩이 합병 대상 기업에 비해 많다 보니 피합병 기업의 가치를 높게 쳐주는 현상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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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최근 들어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주가 반등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글로벌텍스프리와 합병 승인된 유안타제1호스팩(204620)은 지난달 초 합병 소식이 알려지고 4,000원까지 올랐다가 14일 2,07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2,000원을 웃도는 종목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알에프에이치아이씨와 합병이 예정된 엔에이치스팩8호(218410)는 1,835원을 기록하고 있다. 14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45개 스팩 중 44개가 2,000원대 이하에 머물러 있다. 합병 이후의 주가도 맥을 못 춘다. 올해 스팩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11곳 중 절반가량이 합병 상장 이후 주가가 뒷걸음질쳤다. 씨아이에스·켐온·고려시멘트·넷게임즈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기업도 적지 않다. 신한제2호스팩과 합병한 드림시큐리티는 카카오뱅크에 보안인증 솔루션을 공급한다고 알려지며 공모가보다 2배가량 오른 3,980원이다. 켐트로스 합병 기대감에 케이프이에스 스팩은 6,720원을 기록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드림시큐리티와 켐트로스는 실적과 함께 기업가치 상승이 분명한 기업”이라며 “스팩 발기인들이 합병전략을 가진 전문가들이고 양호한 주가 흐름을 기록 중인 스팩 경험이 많은 증권사의 스팩을 선택해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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