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막오른 NAFTA 재협상]원산지 규정 강화땐 생산비용↑...북미 진출 기업 긴장

美 무역적자 감축 최우선에

역내 부품조달 비율 상승할땐

車업체 사업 재검토 가능성

무역갈등 발생시 중재내용 명시

챕터19 생존 여부도 뜨거운 감자

1715A12 나프타


미국과 캐나다·멕시코가 16일(현지시간) 23년 만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을 위한 재협상에 돌입했다. 협정문을 뜯어고쳐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미국의 공세와 이를 저지하려는 캐나다·멕시코 간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재협상 결과로 직격탄을 맞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전에 나섰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장관은 16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워싱턴DC에서 나프타 재협상 첫 라운드에 돌입했다. 연간 무역액만도 1조2,000억달러(약 1,370조원)에 달하는 거대시장에서 대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작업은 5개월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속전속결로 진행될 예정이다. 내년 미 의회 중간선거(11월)와 멕시코 대선(7월)을 앞두고 양국이 정치적 논란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내년 1월까지 재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재협상을 요구한 미국의 최대 목표는 무역적자 감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특히 관세장벽을 피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멕시코산 자동차가 미국 일자리를 빼앗고 연 60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주요인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일정 비율 이상의 부품이 역내에서 생산되면 무관세 혜택을 주는 현행 기준을 강화하고 멕시코 임금수준을 높여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는 ‘오프쇼어링’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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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갈등 발생 시 중재 내용을 명시한 ‘챕터19’의 생존 여부도 재협상에서 ‘뜨거운 감자’다. 미국은 이 조항을 없애는 대신 국내법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프리랜드 장관이 “이번 협상에서 챕터19 철폐 이야기가 나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을 정도로 캐나다와 멕시코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캐나다는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 폐지, 역내교역 확대, 여성 권리 강화, 환경오염 기준 명시 등을 협정문에 넣어야 한다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예고돼온 나프타 개정이 현실 문제로 다가오면서 북미시장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재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북미시장에서의 경영활동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재협상을 앞두고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정부에 대한 로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시스코 등이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 등에 새로운 규제가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지역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해외 기업들의 발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특히 멕시코에 공장을 둔 자동차 업체들은 이번 재협상에서 미국 요구대로 원산지 규정이 강화돼 역내 부품 조달 비율이 현행 62.5%보다 높아질 경우 값싼 중국산 부품 사용 비중을 줄여야 하므로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멕시코에는 자동차 업체를 포함해 1,000개 이상의 일본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며 “교섭 결과에 따라서는 현지 진출 기업들의 사업 및 거래 재검토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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