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25년, 편수로는 12편에 달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이번에는 그의 고향이자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을 찾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권과 10권을 통해서다.
“새 정부에 입각하지 않아 무난하게 서울 답사기를 펴낼 수 있었다”고 농을 친 그는 16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은 5개의 궁궐을 가진 궁궐의 도시”이며 “세계 어느 왕도에 가도 궁궐 5개를 가진 곳은 서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4개의 사찰을 가진 교토는 ‘사찰의 도시’로 9개의 정원을 가진 쑤저우는 ‘정원의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는데 우리는 종묘와 창덕궁만 등재 해 아쉽다”며 “앞으로 세계문화유산의 범위를 넓혀 서울을 ‘궁궐의 도시’로 등재, 이를 캐치프레이즈로 쓸 수 있지 않나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서울역사문화벨트’와 ‘광화문대통령’의 공약기획위원회 총괄위원장이다. 이 공약은 청와대를 정부중앙청사로 이전함과 동시에 청와대, 경복궁, 광화문 서촌, 북촌, 종묘로 이어지는 ‘역사 문화 공간’을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의 고궁을 중심으로 펴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출간과 맞물려 공약 진행사항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공약 진행사항에 대해 “다음 주쯤 선대본부의 위원회가 정부 위촉 위원회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사업 규모와 방향에 대해 발표가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어 “대통령 관저를 비롯한 집무실을 옮기고 광화문 광장을 바꾸는 큰일인 만큼 기재부, 문체부, 국토부, 청와대 경호실, 서울특별시, 문화재청의 6개 부처가 협력해야 해서 발표에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문화재청장으로도 재임했던 유 교수는 그의 재임 중 가장 큰 실책으로 일컫는 ‘숭례문 화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숭례문 화재는) 실화가 아니라 방화였던 만큼 문화재청이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다”며 “문화재청이 문화재를 다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관리를 위임하는 만큼 서울시장과 중구청장이 관리책임자인데 당시 참여정부의 실책이 많았던 만큼 문화재청의 책임이 더 도드라진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어 “누각을 받치는 석반과 1층이 남아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복원한
만큼 숭례문은 불타 없어진 게 아니라, 중환자실에서 회복해 나온 것”이라 강조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권이자 서울편 1권인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는 조선왕조의 상징적인 문화유산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 창경궁을 살피며 왕족들의 삶과 애환, 전각마다 서린 사연을 풀어낸다. 유 교수는 “그동안의 궁궐에 대한 책들이 건물 그 자체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이 책은 현장에서 건물을 보며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뒀다”며 “(사람들은) 어느 집을 방문할 때 집의 구조가 궁금하기보다는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한다”고 강조했다. 10권이자 서
울편 2권인 ‘유주학선 무주학불’은 서울의 옛 경계인 한양도성, 덕수궁, 성균관 등 조선왕조가 남긴 문화유산을 다룬다. ‘유주학선 무주학불’은 “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운다”는 뜻으로, 흥선대원군 석파 이하응의 도장에 새겨져 있는 문구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넘어 우리 문화재를 알리는 더 좋은 책이 나타나길 희망한다”고 밝힌 유 교수는 중국 린위탕의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딛고 한마음으로 우주를 향해 글을 쓴다”는 말을 인용했다. 동서 문화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중국에는 서양을, 서양에는 중국을 알려준 린위탕의 역할을 짚은 것이다. 그는 “한국문화는 동아시아에서 중국, 일본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당당한 주주문화”라며 “(린위탕처럼) 우리 문화를 서양 논법에 익숙한 언어로 풀어 세계로 우리 문화를, 정신을 알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