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재계 명운 가를 2주 카운트다운]25일 이재용 1심 판결...中·日서 협공받는데...'오너 공백' 삼성 대응 전략도 못짜

기아차 통상임금-패소땐 3조 토해내야...현대차 부담도 1조 달해

금호타이어 매각-토종 방산기술 유출·일자리 감축 등 논란 여전

조선·해운업 재건-정부 주도 경쟁력 부활 작업 성패 이달에 갈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TV 생산량은 1,846만대에 그쳤다. 반기 성적표이기는 하지만 지난해(4,743만대 생산)에 비춰보면 올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크게 밑돌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글로벌 TV 시장 1위인 삼성의 TV 생산량이 급감한 데는 지난해 말 샤프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 중단이 결정적이다. ‘삼성 타도’를 외치는 궈타이밍 회장이 이끄는 훙하이그룹에 인수된 샤프는 지난해 말 고객사였던 삼성전자에 LCD 패널 공급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TV 시장에서 삼성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부품사가 고객사에 납품을 중단하는 납득하기 힘든 일을 벌인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공격이 점점 거칠고 노골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재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금호타이어 매각 등으로 이달 말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재계에서는 ‘8월 위기’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 기업들과 맞서 싸우기도 버거운 마당에 국내에 겹겹이 쌓인 돌출 악재들이 ‘8월 말’에 집중적으로 몰린 것이다. 악재가 현실화할 경우 파장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오는 25일 이 부회장 1심 판결을 앞둔 삼성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 부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를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은 준비되지 못한 상태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삼성은 현재 그룹 전체의 전략을 짤 ‘머리’가 부재하다. 문제는 삼성이 처한 대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기타 계열사의 사업은 정체 국면이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사업을 끊임없이 재편하고 대응 전략을 짜야 하는데 단기 성과가 우선시되는 전문경영인(CEO) 체제로는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 당시 쌍수를 들어 환영한 일본과 중화권 기업들은 ‘삼성 유죄’를 기대하며 호시탐탐 삼성의 사업을 노리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를 들어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 비중을 줄이고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집중해 세계 스마트폰 패널 시장을 장악한 것이나 삼성물산이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산업을 선택한 것과 같은 결정들을 계열사별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는 도출할 수 없다”며 “오너의 권한을 위임 받아 그룹의 전략을 짠 미전실이 부재한 상태에서 삼성의 가장 큰 장점인 기동력과 실행력은 멈춰버렸고 이 부회장 부재 시 이를 대체할 시스템을 장기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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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통상임금 소송이라는 거대한 파도와 마주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기아차의 통상임금 1심 판결을 당사자인 기아차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대기업들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비롯해 통상임금 이슈의 방향성이 이번 판결을 통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당장 법원이 기아차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기아차가 토해내야 할 금액만도 3조원을 넘어선다. 추가 소송 시 2조원을 더 부담할 수도 있다. 이는 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2조7,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로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영업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현대차 역시 지분법상 이익 감소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 패소 시 파급효과는 더 심각하다. 아시아나항공·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삼성중공업 등이 진행하는 관련 소송에 줄줄이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부품 업계만 놓고 봐도 50여곳의 굵직한 업체들의 노조가 금속노조 산하다. 방직 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통상임금이 오르게 되면 제조업체 중 상당수도 부담을 견뎌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금호타이어의 주인이 중국 더블스타로 바뀔지 여부도 이달 판가름 날 예정이다.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는 이번주 중 더블스타의 ‘금호’ 상표권 사용 여부에 대해 금호산업에 공식 입장을 요구하고 이달 중 상표권 계약 체결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상표권 이슈가 마무리되면 사실상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은 9부 능선을 넘는 셈이다. 다만 기술 유출과 방위산업의 해외 매각, 일자리 감축 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는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앞으로 토종기업의 해외 매각 시 채권단 판단의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 이후 정부가 주도하는 조선·해운업 경쟁력 재건 작업의 승패도 이달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것이 24억달러 규모의 선박 펀드 조성이다. 지난 4월 현대상선은 대우조선해양과 초대형 유조선(VLCC) 10척을 발주하는 내용의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지만 지난달 LOI의 효력이 종료되면서 무산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국책은행들과 무역보험공사 등 참여기관 간 의견 조율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삼성과 현대·기아차의 명운을 건 재판과 구조조정 기업들의 회생 문제까지 재계의 운명을 좌우할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조민규·김우보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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