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매달 5,000원 버는 홍릉 '햇빛발전소'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





서늘한 바람을 데리고 온다던 입추(立秋)가 지났다. 이번주부터는 더위가 주춤해져서 밤에 잠 좀 잘 만하게 됐지만 아직 여름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 탓에 에어컨 걱정은 여전하다. 짧지만 유난히 무더웠던 이번 여름, 밤에도 30도를 넘는 열대야에 잠을 설치면서도 에어컨을 켜는 데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지난해 여름의 전기세 폭탄 기억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야속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활용해 전기세 시름을 던 시민들이 있다. 바로 서울 홍릉의 동부아파트 주민들이다. 아파트 전 세대가 베란다 한쪽에 가로 1.66m, 세로 1m 크기의 패널을 설치해 ‘우리 집 햇빛 발전소’를 세운 국내 최초의 ‘태양광 아파트 모델’이다. 홍릉 동부아파트가 태양광 아파트로 변신하기까지는 저항도 물론 있었다고 한다. ‘아끼면 얼마나 아끼겠느냐’ ‘설치하고 수리하는 비용이 더 들 것’ 등의 이야기도 나왔지만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머리를 모았다. 아직은 낯선 태양광을 스스로 공부하고 토론하고 설득했다.


각 가정 개별 설치비용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제로화했다. 60만원 내외인 250~260W 베란다용 태양광 미니 발전소의 설치비는 서울시가 40만원 내외, 자치구가 5만~1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자부담은 10만원 정도지만 이마저도 각 가정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주차장 임대와 광고 게재, 재활용품 판매로 올린 수익을 과감히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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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태양광이 가져온 즉각적인 변화는 전기요금 인하였다. 각 가정에 설치된 260W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 덕분에 주민들은 매달 평균 5,350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한다.

이런 입소문에 힘입어 서울의 미니 태양발전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03~2011년 1,182개소, 4,163㎾에 머물렀던 규모는 서울시가 이 사업을 본격화한 2012~2017년까지 5년여 동안 약 3만개소, 2만5,364㎾로 확대 보급됐다.

에너지 자급자족이라는 혁신은 이제 시민 누구라도 손쉽게 실천할 수 있다. 서울시 햇빛지도 홈페이지(http://solarmap.seoul.go.kr)에 접속해 7개 업체를 확인하고 이 중 어디라도 신청을 하면 가정에 방문해 직접 설치해준다. 비용은 서울시와 자치구 보조금을 업체에서 알아서 제하고 정산해주기 때문에 10만원 내외의 자부담금만 내면 된다. 이마저도 1년 반에서 2년이면 회수하고 최대 20년까지 전기요금을 지속 가능하게 아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태양에너지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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