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근절안되는 학생체벌...사립고가 82% 차지

'생활지도' 명분 멍들게 때리고

떠든다며 입에 테이프 붙이기도

서울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실

교육감에 명확한 대책마련 촉구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 여교사 A씨는 지난 6월 ‘생활지도’를 이유로 학생 B군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세 차례에 걸쳐 30대 이상 때렸다. 신문지를 여러 겹으로 말아 만든 막대기로 체벌했다가 막대기가 부러지자 다른 도구로 폭행을 이어갔다. 이 체벌로 B군 몸에는 멍이 들었고 혈종과 부종이 나타났다. A교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B군에게 4,800자 분량의 반성문을 쓰라고 지시했으며 B군은 자율학습시간이 끝나는 오후10시까지 반성문을 쓰다 귀가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실은 16일 A교사 체벌이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리고 A교사를 비롯한 전 교직원 대상의 학생인권 연수와 폭력 예방 및 피해 학생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학교 측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는 “사립고의 학생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윤명화 학생인권옹호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사립학교에서 근절되지 않는 학생 체벌 등 인권침해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교육감에게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경우에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체벌은 학생인권조례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권리’ 침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립고 학생 체벌은 공립고보다 심각한 실정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학생인권옹호관실에 접수된 학생 인권침해 권리구제 신청 90건 가운데 74건(82.2%)이 사립고에서 발생했다. 서울시내 고교에서 사립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63%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체벌 사건 발생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체벌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사건(20건)만 놓고 보면 90%(18건)가 사립고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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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고 중에서도 학생 지원으로 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자사고와 특목고·특성화고 등 학생 선택형 사립고의 인권침해가 심각했다. 이들 학교와 관련해 접수된 권리구제 사안은 45건으로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서울 고교 가운데 학생선택형 사립고의 비중은 35%가량이다.

최근 인권옹호관실에 접수된 사안을 보면 한 자사고 선생은 과제물을 늦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학생의 노트를 창문 밖으로 던지는가 하면, 떠들었다는 이유로 입에 투명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등 과도한 체벌이 이뤄졌다. 한 특목고에서는 교사가 흡연을 한 학생을 지도하면서 ‘닥쳐, 작년으로 돌아갈까’ 등의 발언을 한 사례도 있었다. 이 교사는 지난해 학생 휴대폰을 던지고 뺨을 때려 적발된 적이 있었는데 같은 체벌을 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윤 옹호관은 “사립고는 학생들이 자발적 선택으로 입학했다는 점, 학생 또는 보호자와 체벌에 합의했다는 점, 법적으로 학교운영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 등을 들어 학생 인권침해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사립학교의 경우 문제 교사에 대한 교육청의 징계 요구를 따를 의무가 없다는 점도 체벌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시교육청은 오는 20일까지 옹호관실 권고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고 사립고의 체벌 근절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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