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아동수당에 또 13조...4대 사업 <건보 확대·기초연금·아동수당>에만 81.5조

이대로라면 증세 불가피할 듯

지난 10일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제도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부양의무자 조건을 단계적으로 없애는 것인데 관련 예산만 9조5,000억원이었다. 앞서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는 무려 30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16일 당정청이 합의한 기초연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20만6,050원인 기초연금이 오는 2018년 4월에는 25만원, 2021년 4월부터는 30만원으로 인상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 기초연금 수급자는 올해 475만명에서 2018년에는 516만6,000명으로 증가한다. 2027년에는 810만5,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예산은 천문학적이다.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예산은 향후 5년간 22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방 재정까지 포함하면 28조원까지 불어난다. 기초연금은 76%가 국고에서 나가고 나머지가 지방비로 나간다.


아동수당법도 대규모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아동수당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 7월부터 부모나 보호자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을 준다. 정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내년 7월에는 2012년 8월 출생아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내년에는 월평균 약 253만명의 아동이 혜택을 볼 수 있다. 복지부는 앞으로 5년간 지방비를 포함해 아동수당 지급에 13조4,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봤다. 네 가지 사업을 더하면 무려 81조5,0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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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재정 마련에 구체적인 플랜 없이 대규모 재정 사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 안팎에서조차 복지 확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점이다. 이런 식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증세 카드를 또다시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권 출범 두 달여 만에 들어가는 돈이 81조5,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부자증세를 넘어 보편적인 증세로 가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 보고서를 보면 저출산과 고령화로 세수가 급감하고 지출이 늘어 2065년이면 재정지출이 지금보다 140조원 이상 커진다. 반면 세수는 47조원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복지를 급격하게 늘리면 뒷감당이 안 될 수 있다는 게 재정 전문가들의 말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복지 확대라는 방향은 맞지만 지금은 그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며 “당장 5년은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지만 향후 고령화가 진행되면 재정 소요가 눈덩이처럼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올해 400조5,000억원인 우리나라 예산 중 보건복지 관련 항목은 129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32.3%다. 증가율만 4.9%에 이른다. 전체 예산 증가율(3.7%)보다도 1.2%포인트나 높다. 문 대통령이 매년 예산 증가율을 7%로 가져가겠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내년 복지 관련 예산은 140조원에 육박하는 138조6,000억원(증가율 7% 가정)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5년간 60조원)에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재량지출을 많이 줄이기로 했지만 관행적으로 이뤄진 지출을 대폭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복지 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이를 줄일 수 없는 만큼 사업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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