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송되는 KBS1 ‘사람과 사람들’에서는 ‘수상한 신혼부부, 우리는 두집 살림중’ 편이 전파를 탄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옛날이야기. 대기업에 다녀도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이 40%가 넘는데다가 한 번 직장은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던 40-50대도 명예퇴직을 권고 받는 일이 허다해졌다. 결국 대기업이 인생을 보장해주지 않게 되었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인생의 정답을 찾기 위해 대기업 문을 박차고 나온 심재훈(36), 윤하진(29) 부부. 회사의 꿈이 아니라 부부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일을 찾았다. 이들이 찾은 평생직장은 무엇이고 행복을 찾기 위한 모험은 어떤 모습일까.
▲ 산에서 서프보드 타는 수상한 부부
서울에 정릉 북한산 아래에 위치한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 대문집 한 채. 목공 기계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 집에서 남편 심재훈(36)씨가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서프보드. 보드를 만들기 위해 몇 날 며칠 갈고 닦는 기간만 한 달. 원래 목공을 전공한 사람인가 했더니 아니란다. 서퍼 출신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란다.
4년 전, 이름만 들으면 다 알만한 대기업의 신입 사원 동기로 만난 부부. 그런데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퇴사하고 한 겨울에도 반팔로 일할 만큼의 중노동을 선택했다. 직장 선배의 죽음을 목격한 남편, 두 달 동안 아이를 보지 못하는 선배의 삶을 본 아내. 두 사람이 그 때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해서 대기업을 박차고 나왔지만 어떤 이유로 전보다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일까.
▲ 어떻게 살래? 밥은 먹고 살아요.
‘신혼집’하면 어떤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새 가구들이 자리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들 부부의 집은 조금 특별하다. 우유 박스로 만든 침대 프레임과 버려진 팔레트로 이용한 화장대가 이들의 혼수품이다. 수입이 1/3로 줄어든 만큼 소비도 그만큼 줄었다. 하지만 이걸 본 양가 부모님들은 왜 그러고 사냐는 반응이었다.
교직생활을 하던 재훈 씨 부모님에게 회사를 중간에 그만두고 나온 부부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가장 반대했던 건 하진 씨 부모님이었다.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니던 중 취직에 성공. 거기다 수석 졸업까지 한 ‘엄친딸’ 윤하진(29)씨였기에 딸의 선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현재 진행 중인 부모님과 부부의 갈등, 잘 해결될 수 있을까.
▲ 두집 살림하고 있어요
결혼 3개월 차 신혼부부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거실에 짐을 한 보따리 싸놓더니 냉장고를 비워내고 정신없이 차 트렁크에 짐을 싣기 바쁘다. 이들의 행선지는 경기도 가평. 일주일에 반은 서울 정릉 집, 반은 가평 집에 사는 두집 살림을 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대신 시골에 집을 마련한 이유는 “팔고 싶은 집이 아니라 살고 싶은 집에서 살고 싶어서요.”
이번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평 집에 시댁 식구들이 찾아온다. 대기업을 나와서 굳이 보드를 만들어야 하냐며 만류했던 부모님. 이번 가평 방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 파도는 항상 온다. 인생의 기회도 다시 온다
사람들은 심재훈(36), 윤하진(29) 부부에게 묻는다. “그렇게 살아도 괜찮나요?”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답한다.
“인생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부부는 보드도 테스트하고 좋아하는 서핑을 타기 위해 충남 태안의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이 날 파도가 약해 서핑을 제대로 타지 못했지만 괜찮다고 말한다. “어차피 파도는 다시 오잖아요. 인생의 기회도 다시 올 거예요.”
같은 곳을 바라보는 부부가 선택한 인생의 책임, 그리고 그 속에서 즐기는 법을 들여다본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