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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브이아이피’ MVP 김명민X사이코패스 이종석을 빛나게 한 박훈정의 ‘관계철학’

박훈정 감독 특유의 ‘관계철학’이 ‘신세계’를 넘어 이번 영화 ‘브이아이피’까지 관통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브이아이피’(V.I.P.)가 16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선 공개됐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영화.

‘부당거래’ ‘신세계’로 경찰, 검찰, 범죄집단의 은밀한 거래와 권력간 암투를 숨 막히게 그린 박훈정 감독은 ‘브이아이피’로 세계관을 확장시켜 분단국가의 특수성 안에서 국가 간 이해관계와 정치를 다뤘다. 영화사상 최초로 ‘기획 귀순’을 소재로 해 1980~1990년대까지 상당했던 개념을 수면 위로 꺼냈다.

‘브이아이피’는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을 둘러싸고 그를 확보하려는 국정원, 경찰청, 보안성, CIA의 첨예한 대립을 팽팽한 긴장감과 스릴로 선사한다. 그 대표자로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 경찰청 형사 채이도(김명민), 보안성 공작원 리대범(박희순)은 각각 은폐, 체포, 복수를 목표로 각자의 욕망 안에 얽히고설킨다.

여타 영화들이 사건에 의해 전개가 된다면, 박훈정 감독의 영화는 ‘케미’ 자체로 전개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개별 조직의 구성원이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뒤엉키는 것 자체로 능숙한 스토리텔링이 완성되기 때문이다.‘브이아이피’는 ‘상황’으로 멈출만한 설정에서 텐션을 이끌어내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에서 ‘케미’가 주가 되려면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상당부분 기댈 수밖에 없는데, ‘브이아이피’에는 연기구멍이 없다. 장동건은 VIP 광일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의 보수적이고 냉철함부터 딜레마에 처한 후 독하게 변모하는 과정을 다양한 시도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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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이피’의 MVP는 김명민이다. 김명민은 경찰 채이도로 분해 불도저처럼 폭발적 에너지로 수사를 밀어붙인다. 매 작품마다 메소드 연기를 자랑해온 김명민은 이번 영화로 담배와 욕을 달고 사는 미친 집념의 열정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보안성 공작원 리대범 역의 박희순은 비중이 기대만큼 많은 편은 아니지만, 줄곧 광일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며 살기 어린 눈빛과 카리스마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북에서 온 VIP 광일 역의 소화가 중요한데, 이종석의 첫 악역 변신이 무리 없다. 북한 고위급 관료의 아들인 만큼 멀끔한 외모에 악한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인물이어야 했다. 그런 부분에서 이종석은 그간의 청량한 이미지를 변주시켜 웃음기를 머금은 사이코패스로 캐릭터를 완성, 서늘함을 추구했다.

‘브이아이피’의 장점은 지금까지의 범죄영화와는 다른 결에 있다. 액션과 시각적 속도감에 쫓기기보다 이미 잡힌 VIP 광일을 모두가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건조하고 차가운 분위기에서 인물들이 시공간을 오가며 뜨겁게 신경전을 펼친다. 이 집요한 공방전을 통해 박훈정 감독은 국가 기관의 허점과 폐해를 꼬집는다.

이번에도 박훈정 감독의 스토리텔링은 숨 막힐 듯 쫀쫀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 속에 사회적 메시지가 살아있다. 24일 개봉.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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