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샬러츠빌 유혈사태를 두고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자 세계 지도자들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 단체와 맞불 시위를 벌인 양쪽에 모두 책임이 있다며 양비론을 주장하자 세계 지도자들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나치나 파시스트에 비유하며 이들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파시스트 견해를 가진 이들과 그것에 반대하는 이들 사이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모든 이는 극우 견해들을 비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영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 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고 WP는 전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샬러츠빌 극우 무리의 폭력에 대해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신(新)나치에 의한 반(反)유대주의와 인종주의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틴 슐츠 독일 사회민주당 당수도 “나치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선동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폭력과 증오를 경시하고, 서구의 가치를 배신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앞서 대변인을 통해 “샬러츠빌 사태는 총리와 전체 독일 연방정부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정반대”라며 “이번에 극우 집회에서 목격된 풍경들은 절대적으로 역겹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EU의 설립원칙인 자유,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존중, 법치 등을 내세우며 이에 반하는 트럼프의 행동을 에둘러 공격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샬러츠빌 사태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는 모든 형태의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거부하고, 규탄한다”며 “그들은 EU가 근거한 가치와 원칙에 모순된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 미국 내 백인우월주의의 발호를 비판하며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아나스타샤 크리클리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위원장과 무투마 루티에레 인종차별 특별보고관, 아프리카 출신자 관련 실무그룹 사벨로 구메드제 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부가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맞설 것을 요구하면서 증오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처벌을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국규제 행정명령, 미국을 비롯한 주요 6개국과 이란의 핵합의 이행 등을 두고 미국과 반목하는 이란도 가세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샬러츠빌 사태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기 전에 내부문제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에서 주요 갈등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미국을 겨냥해 반감이 담긴 비판을 내놓곤 했다.
한편, 트럼프의 발언을 비판하지 않아 오히려 역공을 맞은 지도자도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가 “유대인들은 우리를 지배하지 않는다”는 반유대적인 구호를 내걸어 일각에서는 ‘유대인의 나라’인 이스라엘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을 것이라고 관측이 나왔다. 이런 기대와 달리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인도 독립 7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만을 올렸을 뿐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남북전쟁 당시 남북연합군 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에 반대하는 백인우월주의자 집회에서 물리적 충돌이 불거졌다. 백인우월주의자 1명은 자동차를 몰고 맞불집회를 벌이던 시위대에 돌진해 1명을 살해하고 20여 명을 다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태를 두고 ‘오락가락’ 발언을 해 비판받았다.
그는 사태의 책임을 백인우월주의자에게 분명하게 따지지 않았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자 이틀 만에 ‘백기’를 들었지만, 이튿날 단체와 맞불 시위를 벌인 양쪽에 모두 책임이 있다며 다시 인종차별 세력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몰매를 맞고 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