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살충제 계란 파문 확산- 계란 판매현장 가보니] 판매 재개했지만 소비자 발길 ‘뚝’…다른 곳 불똥 튀나



17일 롯데마트 양평점의 계란 판매 코너 옆에는 합격 판정 증명서가 붙어있다./변수연기자17일 롯데마트 양평점의 계란 판매 코너 옆에는 합격 판정 증명서가 붙어있다./변수연기자




“이 계란들 먹어도 되는 건가요? 매일 먹지 말아야 할 계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계란들은 정말 안전한가요?”


17일 오전 아내와 함께 이마트 영등포점을 찾은 강윤태 씨는 전일 판매를 재개한 이마트의 계란 코너를 둘러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계란 코너 옆에는 ‘현재 당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계란은 정부 주관하에 실시 된 살충제 검사를 통과한 상품이다’라는 내용의 입간판이 있었다. 그러나 강씨는 “지금까지 산 계란들 가운데서도 문제 농장들의 계란은 없었지만 먹기가 불안해 환불을 하러 왔다”며 “합격 판정서를 보고도 사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16일 오후부터 유통업체들이 계란 판매를 재개했으나 ‘살충제 계란’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은 소비자들이 계란 구매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전 점포에서 계란을 사간 고객의 수는 ‘살충제 계란 대란’이 본격화 하기 전인 지난주 대비 44% 감소했고 매출 또한 4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해서도 각각 43%, 28% 감소했다.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가 16일 계란 판매를 재개한 오후 7시의 계란 매출액은 평소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합격 판정서를 보고도 쉽사리 불안을 떨치지 못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아예 정부로부터 받은 적합 판정서를 프린트해 계란 판매대의 위, 아래 그리고 기둥을 따로 세워 붙였으나 소비자들은 이를 보고도 발길을 돌리거나 직원에게 정말 안전한지를 재차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유통업 뿐 아니라 계란 성분이 일부 함유된 분유·화장품 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분유 제조사들은 제품에 계란에서 추출한 성분 중 일부가 들어갔을 뿐 계란을 직접 넣은 게 아니므로 살충제 검출 여부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국내 주요 분유 제조업체들은 17일 일제히 자체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에 자사 제품이 살충제 계란 이슈와 무관하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을 띄웠다. 분유에 계란 노른자에서 추출 후 분리한 특정 기능성분인 레시틴과 루테인을 넣었을 뿐 계란의 원물이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게 이들 업체의 설명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제품 내 ‘계란 함유’ 표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알레르기 표시법’에 따라 알레르기 유발 성분인 계란 유래성분이 포함됐음을 알리려는 것”이라며 “계란을 직접 넣은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성분을 추출할 때 살충제 문제가 발생한 국내산과 유럽산 계란을 쓰지 않는다고 이들 업체는 설명했다. 매일유업은 “레시틴과 루테인 원료도 자체 검사 결과 유해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피프로닐·비펜트린 등 살충제 성분도 불검출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화장품의 경우에도 계란 추출물을 함유한 에그팩, 에그클렌징폼, 마스크팩 등 상품을 제조하는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메디힐 등 주요 업체들이 긴급 자체 조사를 나서며 분주한 모양새다.

계란 관련 상품 비중이 높은 편인 스킨푸드는 ‘에그화이트포어마스크’ 등 제품 12종에 대해 긴급 내부조사에 들어갔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전체 상품 가운데 계란 추출물이 들어간 제품 비중이 낮고 함유됐다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피부에 바르는 경우는 장기간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하면서도 “소비자 불안 확산을 막는 것을 목표로 안전 여부를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현재 계란 추출물을 함유한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변수연·박준호기자 diver@sedaily.com

17일 오전 롯데마트 양평점의 계란 판매 코너 앞에서 소비자가 계란을 구매할지 고민하고 있다./변수연기자17일 오전 롯데마트 양평점의 계란 판매 코너 앞에서 소비자가 계란을 구매할지 고민하고 있다./변수연기자


변수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