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월마트 접수한 신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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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중이던 6월30일 청와대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화제를 모았다. 대통령을 수행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 대통령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신라면을 들고 있는 장면이었다. 직원들이 쉬던 방에서 강 장관이 신라면을 들고 나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 강 장관은 바쁜 일정 탓에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라면으로 때우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사진이 공개되자 관련기사에 댓글이 달리면서 ‘블레이하우스 신라면’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증이 커졌다. 그에 대해 신라면 제조사인 농심 관계자의 전언은 이랬다. 강 장관의 손에 들린 컵라면은 로스앤젤레스(LA) 현지공장 제품으로 맵기 등 레시피는 한국과 똑같은데 건더기수프의 조합이 약간 다르다는 것이다. 강 장관의 사진을 계기로 신라면의 미국 진출기에 관심이 쏠렸다.


농심의 미국 시장 개척은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A에서 ‘소고기라면’을 처음 판매하면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신라면은 1986년 국내 출시 즉시 미국에도 선보였으니 벌써 30년이 넘은 셈이다. 당시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고 끓여 먹는 문화가 없던 미국인들에게 신라면은 생소함 그 자체였다. 수많은 비주류 아시아 음식 중 하나로 취급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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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의 맛을 알려야 한다’는 경영진의 의지와 맞춤형 마케팅 덕분에 차츰 사정이 나아졌다. 2005년에는 LA 공장이 가동되고 2010년에는 콧대 높기로 유명한 월마트에 신라면이 공급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월마트가 완전히 열린 것은 아니었다. 신라면 취급 매장은 일부에 그치고 그나마 납품도 벤더(중간유통 업자)를 거쳐야 했다. 2013년 월마트와의 직거래가 성사되면서 사정은 나아졌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최근 신라면이 미국 전역의 월마트 점포 4,692곳에 깔렸다는 소식이다. 월마트 전 점포에 입성한 브랜드는 코카콜라·네슬레·켈로그 등 몇몇 글로벌 브랜드 정도다. 국내 식품업체 최초이고 라면 종주국인 일본 업체도 못한 일이라니 쾌거라 할 만하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 아메리카 전역을 울리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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