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내세워 자동차·철강·법률서비스 시장개방 확대 등을 의제로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한미 FTA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실제로 미 의회조사국은 최근 ‘한미관계 보고서’에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한미 FTA가 아닌 다른 요인 때문에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지난 5년간 한미 FTA의 효과를 철저히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차분히 미국을 설득해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통상절차법이다. 한미 양국은 국내 절차를 밟아야 본격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 우리 통상절차법에는 본격 협상에 앞서 경제적 타당성 검토와 공청회, 국회보고 등을 거치도록 돼 있다. 국회 비준에 앞서 재정·산업·고용 등에 대한 영향평가도 받아야 한다. 국회와의 협치가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잘 활용하면 무엇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통상 이외의 이슈를 걸러내는 장점도 있다. 이 법은 통상조약 체결절차와 이행에 관한 사항을 규정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같은 엉뚱한 문제를 끼워 넣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제 한미 FTA 협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마지못해 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응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 우리 정부는 통상절차법 등 국내 장치들을 잘 활용해서 관련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