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최대 계란 공급처인 경남 양산시 산란계 농장이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청정지역으로 확인돼 당국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양산지역 내 규모가 큰 25곳의 농가에서 산란계 103만여 마리를 사육하고 하루 계란 90여 만개를 출하하기 때문이다. 시는 지역 내 전체 농가에서 표본으로 거둬간 계란의 살충제 검사결과, 모든 농가가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18일 밝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김해·양산사무소와 경남축산진흥연구소는 각 농가에서 20알씩을 수거해 검사를 벌였다. 25곳의 농가 중 19개 농가 계란에서 문제의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나 비펜트린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6개의 농가 계란에선 비펜트린이 모두 허용기준치(0.01㎎/㎏) 이하로 확인됐다. 시는 검사결과를 통보받은 즉시 농가에 통보하고 계란 출하를 재개했다.
지역 산란계 농가들은 전부 적합으로 판정되자 긴장감이 한풀 꺾인 분위기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폭염에 이어 살충제 계란 파동까지 잘 극복한 이웃들을 서로 격려하기도 했다. 한 곳이라도 살충제 계란으로 판정 나면 전체 농장이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산시 상북면에 위치한 삼보농장 신부연씨는 “그동안 AI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 배운 교훈은 바르게 원칙을 지키는 것이었다”며 “이번 경우도 닭과 계란에 문제가 없는 친환경농약 살충제를 바르게 사용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지역 산란계 농장 대부분 규모가 작지 않지만, 협업농장 체제로 운영돼 개별 행동에 따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이들 농가들은 평가했다. 한 농장주는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며 “살충제 계란 사태를 통해 좁고 답답한 산란계 사육 농장 환경을 좀 더 친환경적이고 쾌적하게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 산란계 농장은 계란 공장을 함께 운영하면서 직영 사육 농장 천장을 개폐식으로 개선하는 등 채광이 잘되도록 환경개선에 힘을 쏟기도 했다. 이 회사 농장 관계자는 “농장관리팀을 운영하면서 관리지침을 만들고 항생제와 살충제 관리 상태를 챙기지만, 안전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사태를 앞장서 극복했던 지자체 역할도 한몫했다. 양산시는 지난해 5월 지역 산란계 농장에 공급한 살충제 농약 4,000여만 원 어치를 살 때 최근 문제가 된 살충제 성분 유무를 꼼꼼히 따지고 확인했다. 정영도 농정과장은 “시에서 농가에 공급한 살충제 규모는 10%에 불과하며 나머지 농약 준비는 해당 농가의 몫”이라며 “농가 스스로가 경계하고 협조한 덕분이며, 만약 한 곳이라도 독한 약을 사용했다면 살충제 계란 위험에 빠질 뻔했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확보한 농약 구입 예산 4,300만 원 집행을 하는 과정에서도 안전한 농약을 사도록 더 주의를 기울일 계획이다.
한편, 산란계 농가에서는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을 놓고 쓴소리도 쏟아냈다. 지역 한 농장 관계자는 “농림부와 식약처가 제각각 국가 식품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내놓은 정책이 너무 복잡해 수두룩하게 쌓였다”며 “이원화된 식품관리 정책부터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AI 발생 후 사육 농가에 대한 교육 등도 사후 약방문에 그치지 말고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선진교육이 되도록 하고, 현장 지원 등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