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0일간 유가증권시장은 3% 상승하며 소폭 반등했다. 정부 정책에 따른 효과보다는 대외 변수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은 정부 정책을 뒤좇는 모양새다. 부동산 대책과 통신비 인하 등의 정책이 가속도를 내면서 업종별로 주가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책에 대한 평가가 본격화되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정책 모멘텀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취임일인 5월10일 이후 지난 17일까지 100일간 코스피지수는 3% 상승, 코스닥지수는 0.19% 하락했다. 지난 14대 김영삼 대통령 이후 역대 정부의 취임 100일간 코스피 상승률과 비교해보면 김영삼(12.98%), 이명박(7.88%), 노무현(3.89%)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전 정부였던 박근혜 정부(-1.46%)보다는 높은 성과를 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0일간 주식시장은 정책 효과보다 대외 요인에 민감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이 최고가 경신을 이끌었고 북한 리스크와 중국 소비주 약세 등이 주가 변동성을 높였다. 신정부의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단기적인 움직임은 있었지만 정책 모멘텀이 시장을 이끌지는 못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대외변수가 수그러들기 시작하면 추가 정책 발표에 시장이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정책에 따른 수혜와 피해가 좀 더 명확히 가시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정보기술(IT), 네트워크 장비, 전기차 등 ‘4차 산업혁명’ 관련주가 정부의 정책 수혜주로 우선 꼽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0일간 코스피시장에서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2.98% 올랐다. 전기차 수혜주로 꼽히는 일진머티리얼즈(020150)는 이 기간 118%나 급등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심의, 의결했다. 다음달 위원회를 설치하고 연말까지 4차 산업혁명 대응 범부처 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주의 정부 정책 모멘텀이 빨라질 예상이다. 문재인 케어 관련주도 여전히 관심 종목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의약품 수요 증가 기대감이 커지면서 제약·바이오 업종도 눈여겨봐야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11.98%나 올랐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는 새 정부 내내 주목 받을 섹터다. OCI(010060)·웅진에너지(103130)·씨에스윈드(112610)·유니슨(018000)·에스에너지(095910) 등 주요 수혜주 5종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00일간 평균 43.37% 증가했다. 풍력에너지 관련주 유니슨은 주가가 2배 이상 뛰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전체 발전량의 20%로 계획하고 있는데 향후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 개편 등의 내용을 담은 ‘신재생 3020’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정부 정책으로 시장 전망이 어두운 업종도 있다. 통신업종은 최근 정부가 다음달 15일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을 5%포인트 올릴 계획을 밝히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 이후 100일간 8.79% 올랐지만 이달 들어서만 10%가량 빠졌다. 할인율 인상을 시작으로 취약계층 요금 경감과 보편적 요금제 등 통신사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요금인하 방안이 추가로 예정돼 있어 통신주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건설업도 8월 발표된 부동산 정책으로 부정적 영향이 강화됐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 발표에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부진이 우려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0일간 건설업지수는 5.53% 하락했다. 은행과 증권도 정부의 규제 리스크에 타격을 받고 있지만 견조한 수익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은행업종은 8월 발표된 부동산정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정체 가능성이 우려되지만 신용 대출 및 중소기업 대출 확대로 대응하고 있어 충격이 덜 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