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2부동산대책으로 가장 강력한 규제를 받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는데도 집주인들이 오히려 호가를 높이거나 실거래가가 오른 단지들이 잇따라 등장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북에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마포·용산·성동구 내 단지들로, 높은 전세가율로 가격 상승 탄력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금호동4가 서울숲푸르지오2차 전용 115㎡의 매매 평균가격은 8·2대책 이전인 지난 7월28일 11억원에서 18일 12억원으로 1억원(9.1%) 뛰었다. 이 단지의 전용 60㎡와 85㎡도 같은 기간 각각 2,500만원(3.4%), 3,500만원(3.9%)씩 올랐다.
부동산114의 매매 평균 가격은 최근 거래된 실거래가를 기초로 해당 시점의 호가를 반영해 산출한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30평대(전용 85㎡)의 경우 조망이 좋으면 11억원에도 매물이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새 아파트이고 위치도 강남 바로 옆이라 가격이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세가율이 75~80%에 달하기 때문에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전세 끼고 집을 사놓고 본인은 다른 곳에 전세를 살겠다는 실수요자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성동구의 경우 부동산114가 주간 단위로 집계하는 서울 구별 매매 변동률(18일 기준) 조사에서도 0.15% 상승해 -0.28%를 기록한 강동구나 -0.07%를 나타낸 송파구 등 다른 투기지역과 대조를 보였다. 성동구 성수동은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트리마제가 6월 입주를 시작한데다 숙원사업인 삼표레미콘 공장의 이전이 확정되면서 8·2대책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다. 성수동1가 한진타운(서울숲한진타운) 59㎡는 대책 직전에 비해 3,500만원(6.1%) 올랐고 트리마제 전용 25㎡는 4,500만원(7.9%) 뛰었다.
마포구도 신축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오르거나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4일 기준 마포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16% 상승,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주 분양한 공덕SK리더스뷰가 평균 34.6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입지가 탁월하면 실수요자들이 몰린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수동 래미안밤섬리베뉴Ⅱ 85㎡가 5,000만원(5.9%) 오른 9억원에 매물이 나왔고 60㎡도 2,500만원(3.4%) 높게 시세가 형성돼 있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5㎡는 5,000만원(5.7%) 올라 9억2,500만원을 기록했다.
용산구에서는 이촌동 일대가 강세다. 한가람건영2차 전용 60㎡는 대책 전에 비해 5,750만원(6.7%) 오른 9억1,750만원을 나타냈다. 이촌동 북한강아파트 60㎡, 이촌우성 83㎡, 현대아파트 173㎡, 점보아파트 198㎡ 등도 4~5%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마포·용산·노원 등은 전세가율이 높고 가격 상승이 뒤늦게 탄력을 받기 시작해 관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매물의 가격 수준이나 매물이 많지 않다는 점 등도 반영되면서 호가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함 센터장은 “다만 넓은 평형의 경우 층이나 향에 따라서도 가격이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지역의 매물을 뒤쫓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결국은 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별 호재만 믿고 매매에 나서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