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룬 중심에는 제조업이 있었고, 앞으로도 수출로 달러(외화)를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제조·하드웨어 벤처기업을 키워야 합니다.”
안건준(52) 벤처기업협회장은 24일 제주 서귀포 하얏트리젠시에서 열린 ‘제17회벤처썸머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이 주로 주목하는 분야는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나 유통, 게임 등 비제조업 분야다. 상대적으로 제조·하드웨어 관련 기업은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다. 안 회장은 “비(非)제조분야는 미래 가치만으로도 많은 투자를 유치하지만, 제조업은 그렇지 못해 자금줄이 꽉 막혀있다”며 “결국 해외에서 돈을 벌려면 하드웨어(제조)가 필요한데, 우리나라가 잘 살기 위해 (제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회장은 또 재벌·대기업 생태계와 벤처 생태계가 조화를 이룰 때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도 벤처와 협업을 원하고 있지만, 막상 못 나서고 있다”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춤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쉬운 예로 벤처·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출구전략인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려면 재벌·대기업을 빼놓을 수 없듯, 양쪽이 ‘윈-윈’할 여러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와함께 안 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의 총수 논란과 관련, “벤처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 전 의장의 네이버 총수 지정 여부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달 1일 ‘준대기업집단’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준대기업집단에 들어가면 이 전 의장은 회사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동시에 친인척들의 사익 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도 부과된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이 늦어지는 원인으로 꼽히는 ‘백지신탁제도’의 개선도 촉구했다. 고위공직자의 직무관련 주식 보유를 금지하는 이 제도 때문에 유능한 기업인들이 중기부 장관이 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회장은 “훌륭한 벤처기업가와 수준 높은 공무원이 많은데 백지신탁이 꼭 필요한가”라며 “이번 기회에 (백지신탁 요건을) 깨끗하게 해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벤처업계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자 벤처기업협회 주도로 다음 달 8개 협·단체가 모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를 꾸릴 계획을 공개했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 결성에는 △이노비즈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IT여성기업인협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메인비즈협회 △벤처캐피탈협회 △창조경제혁신센터 단체협의회 등이 뜻을 모았다.
애초 이달 중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중기부 장관 선임이 늦어지며 출범시기를 늦췄다. 안 회장은 “중기부 출범에 따라 혁신벤처단체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시기”라며 “9월부터 2~3개월마다 각 단체가 돌아가며 한국 벤처생태계 육성을 위한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귀포=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