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연방정부 폐쇄(셧다운)’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해 민주당은 물론 친정인 공화당까지 들끓었다. 그러다 돌연 다음날에는 “새로운 통합을 추구할 시간”이라며 단합을 호소해 ‘대통령의 본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의회에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이 가로막혀 “미국 전체의 안전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하며 “장벽 건설을 위해서라면 연방정부를 셧다운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다음달 30일까지 장벽 건설비용이 포함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연방정부의 업무가 부분 정지되더라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지난달 27일 미 하원에서 멕시코 장벽 건설비용이 포함된 예산안 일부가 통과됐지만 상원에서는 통과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의 협박성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공화당과 민주당, 국민 대다수의 희망에 반해 그 길을 가기를 원한다면 대통령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정부 셧다운의 길에 앞장서면 된다”고 맞받아쳤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 기류가 감지됐다. 실제 셧다운이 일어날 경우 여론이 악화돼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과반 의석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공화당 소속 트렌트 프랭크스 하원의원도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공화당도 다친다”며 “이는 가장 원치 않는 바”라고 말했다.
이처럼 77분간의 분열적 발언을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180도 달라진 어조로 단합을 호소해 대중을 또 한번 놀라게 했다. 그는 23일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연차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한 고국과 한 위대한 깃발을 가진 하나의 국민”이라며 “너무 (상처가) 깊어 치유할 수 없는 분열이란 없다”고 통합 메시지를 들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행동할 용기와 인내할 힘, 우리 동료 시민을 위한 진정한 애정으로 동참할 애국심이 있다면 이것이 우리가 함께 건설할 수 있는 미래”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