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가장 완벽하다고 느끼는 하루가 있습니다. 나의 본질에 충만한 순간이죠. 아이와 산책할 때, 등산·여행 등의 취미 활동을 할 때 등 기준은 주관적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세상의 기준을 자신에게 강요하면서 도달하지 못할까 하는 불안으로 심리적 갈등에 빠지게 되죠. 마음이 지옥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오는 30일 서울시청 서울도서관에서 시작되는 ‘내 인생으로의 출근-퇴근길 인문학’ 프로그램의 첫 강의를 맡은 이명수 심리기획자와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부를 최근 만났다.
‘퇴근길 인문학’은 서울경제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서울도서관과 공동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무료 강연회로 직장인들이 숨 가쁘게 살아온 삶을 성찰하고 인문학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쉼표 같은 인문학 콘서트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등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웃들의 마음을 다독여온 두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직장인들도 심리적 고초를 겪는 순간이 누구나 있다고 진단했다. 정씨는 “공기업의 보수적인 분위기로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친구에게 ‘신의 직장이니 버티라’고 농담처럼 조언하면 이것은 언어폭력이다. 각자의 가치가 다른데도 객관적인 세상의 기준으로 상대를 재단하기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부지불식간에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는 생명의 존엄과 거리가 멀다”고 단언했다.
대중강연에도 적극적인 두 사람은 최근 우리 사회가 심리적 내전 상태라고 평가했다. “강연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속내를 대중 앞에서 서슴없이 터뜨리는데 전통 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참고 버티던 약자들의 불만이 턱밑까지 차 있다는 느낌”이라면서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분노를 표출하는 우리 사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우려했다. 층간소음으로 살인이 일어나고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는 등 최근 벌어지는 사건들이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는 것.
두 사람은 이를 벗어나는 해법은 나를 찾는 데 있다고 조언한다. “살면서 배우고 익힌 신념이나 가치관은 껍데기에 불과해요. 알맹이는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충분히 느끼는 과정에 있습니다. 세 살에 미적분을 풀어내는 수학천재는 있지만 그 나이에 자신을 알아채는 성찰의 천재는 없듯이 성찰이란 우여곡절을 겪는 시간에서 얻을 수 있으니까요. 나를 찾기 위해서는 속도를 늦추고 오롯이 자신을 느껴야 합니다.” 성과중심 사회에서 속도전쟁에 내몰린 직장인들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나만의 소중한 가치를 찾게 된다는 의미다. 마치 종교적 신념을 설파하는 것 같은 두 사람의 치유 이야기는 계속됐다. “기업인들이 범죄자로 전락하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돈이 많다고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요.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도 충족되지 않는 욕망을 부여잡고 돈이나 권력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는 현실을 비관하고 있어요.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몰라 벌어지는 비극이랍니다.”
이날 강연은 일방적인 지식 전달 대신 참가자들이 적은 고민을 모아 서로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직장인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무척 많다”면서 “우리 둘이 그저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기보다 참가한 사람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서로 다독이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퇴근길 인문학은 30일부터 9월27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7시 서울도서관 1층 생각마루와 4층 사서교육장을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도서관 정보서비스과(02-2133-0242)로 문의하면 된다. /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