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의 관심은 아주 단순하다. ‘누가 이기냐’에 앞서 ‘재미있을까, 아니면 시시할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번도 진 적 없는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격투기 최강자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가 27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격돌한다. 경기 방식은 12라운드 슈퍼웰터급(69.85㎏) 복싱 룰. 세기의 대결로 부를 만하지만 시시한 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복싱 룰로 싸우니 누가 봐도 메이웨더가 유리한 것이 사실. 스포츠팬들은 세기의 복싱 대결이라던 메이웨더와 매니 파퀴아오(필리핀)의 2015년 경기가 졸전 중의 졸전으로 끝났던 씁쓸한 기억이 생생하다. 결국 맥그리거가 얼마나 버텨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변수는 ‘복싱 초보’ 맥그리거의 학습 능력. 10대 때 잠깐 복싱을 했을 뿐 정식 경기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대는 49전 전승을 자랑하는 ‘치고 빠지기’의 최고수 메이웨더. 미국 종합격투기(UFC) 무대에서처럼 잡아 넘어뜨릴 수도 없다. 또 5분씩 5라운드인 UFC와 달리 3분씩 12라운드를 치러야 하는 불리함도 있다.
종합격투기 21승(18KO)3패의 맥그리거는 그러나 자신감이 넘친다. 지난해 12월 프로복싱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복싱 동메달리스트 마이클 코란(아일랜드)과 강도 높은 훈련을 해왔다. 잭폿을 노리는 도박사들은 95%가 맥그리거의 승리에 베팅을 주저하지 않는다. 맥그리거가 그동안 선보인 동물적인 운동능력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맥그리거는 UFC 무대에서 10년간 18승 무패를 달리던 조제 알도를 13초 만에 쓰러뜨려 종합격투기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는 UFC 최초로 두 체급 챔피언에 오른 슈퍼스타다.
AP통신은 “어찌 됐든 이번 경기는 복싱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한판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내에서만 5,000만명이 지켜볼 것으로 예상되고 전 세계 시청자 수는 1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판에 걸린 돈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다. 미국 내에서 TV로 시청하려면 케이블 업체 쇼타임의 유료 시청 서비스(PPV)를 통해야 하는데 시청료가 99.95달러(약 11만2,000원·HD화질 기준)에 이른다. 역대 최고 수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PPV 수입만 5억달러(약 5,6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로 치면 역대 흥행 톱10에 들 만한 액수다. 경기장 입장권은 1,600달러부터 1만7,000달러까지. 전 세계 200개국에 중계될 이 한판으로 메이웨더는 2억달러(약 2,250억원), 맥그리거는 1억달러(약 1,120억원) 이상을 챙긴다. 국내에서는 SPOTV NOW가 유료 중계하며 KBS 2TV를 통해서는 오전11시30분부터 무료로 볼 수 있다.
경기를 앞두고 메이웨더는 “맥그리거는 계체량도 통과하지 못해 벌금을 내야 할 것이다. 물론 통과해서 경기가 성사되면 나는 더 좋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맥그리거는 “메이웨더에게 시끄러운 입을 닫고 새로운 복싱의 신에게 기도할 준비나 하라고 전해달라”고 맞받아쳤다.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트래시 토크’로 입씨름을 벌이고 있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면 둘 중 한 명은 아마 할 말을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