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J노믹스 '혁신 계획'이 안 보인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강소기업학회장

문종진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강소기업학회장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J노믹스’로 불리는 임금 및 소득 증대,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수많은 정책을 발표하는 등 숨 가쁘게 달려왔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창출,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공정경제 확립, 부자 증세, 8·2부동산대책, 의료보험 확충, 노령연금 인상 등 열거하기조차 벅차다. 졸속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수년간 검토 및 고심한 흔적도 보인다. 지난 1980년대 이후 진전된 급속한 글로벌화와 기술 변화로 상위소득집중도가 45%에 달하고 자동화로 인한 비기술 인력의 높은 실업률 및 감소한 일자리에 대한 경쟁 심화로 실질임금이 정체되는 등 경제적 불평등이 지속됐다. 이는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해 공동체 의식을 붕괴시키고 청년실업과 가계부채의 누적으로 빚더미 가구를 양산해 고부담 사회를 초래했다. 성장률 제고를 위한 신산업 창출과 사회통합을 위한 새로운 조치의 마련이 절박한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을 주기 위해 기업 중심에서 가계와 국민이 중심이 되는 국민성장론을 도입한 것이다. 보수진영은 이 정책들이 검증되지 않았고 기업 경영과 재정에 부담을 주는 등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J노믹스에 80%가 넘는 지지를 보내고 야당에는 10%의 지지만을 보여 보수층을 당혹시켰다. 보수 측은 국민이 갈급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변화와 반성을 거부한 채 현실에 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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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J노믹스의 한계요 2% 부족한 부분은 수요에서의 비용 상승을 상쇄할 만한 공급에서의 생산성 향상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출주도 성장을 위해 미국·중국에 이어 글로벌 성장 축으로 러시아-일본-동남아-인도를 잇는 수출활로를 새롭게 개척한다는 양적 물량 확대 성장전략은 있다. 그러나 비용 증가를 상쇄할 수 있는 생산성 증가, 혁신 도모 방안 및 계획은 찾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은 신기술 발전, 기술 간 융합을 통해 생산성과 소비자 수요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켜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는 4차 산업의 국가별 적응력 순위가 25위로 경쟁국에 비해 낙후됐다. 4차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3차원(3D) 프린터, 로봇어드바이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관련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활동을 억제하고 있는 규제를 혁파해 기업주도의 혁신을 해야 한다. 새 정부하에서도 은산분리 규제가 지속돼 초융합·초연결·초신뢰·초지능의 바탕 아래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구현하기가 어렵다. 특히 금융·비금융업을 어우르는 통합 플랫폼 구축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핀테크 생태계가 숙성되지 못한다. 중국은 핀테크에 대한 우호적인 규제 정책과 거대시장을 바탕으로 생태계 발전을 위한 인재·자본·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아 이 산업을 급성장시켰다. 그 결과 글로벌 인터넷 시가총액 10위 기업에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 3개 기업이, 10대 핀테크 세계기업에 5개 기업이 포함돼 있다. 중국은 핀테크 투자 확대, 고용 증대, 소득 증대, 내수 확대로 이 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7%로 여타국의 4~5%에 비해 높고 핀테크 도입지수도 1위인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평균보다 낮은 12위(32%)에 머물고 있다. 한국이 은산분리 등 규제를 지속할 경우 경쟁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공급 면에서 생산성 제고 전략이 빠진 수요 확대 위주의 소득주도 정책은 대중 영합적 정책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이 재분배적 성격을 띠고 있어 재정 팽창적이다. 더욱이 이 대책은 시장경제를 억압하고 낭비·비능률을 초래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려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적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으므로 규제 완화, 교육 투자,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균형을 맞춰 보완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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