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미증유의 위기…삼성 어디로] "구심점 없는 5년 어떻게..." 글로벌 1위 이끈 '삼성웨이' 멈추나

미증유의 위기...삼성 어디로 <상>

범죄집단 매도·대외 신인도에 심각한 타격 불가피

'오너 공백'으로 사업 재편·조직 개선 등 힘들어져

최악 악재에 불확실성 커져...내부 동요도 심할 듯

2615A02 삼성


삼성 창업주의 손자이자 후계 경영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은 경영의 근간인 ‘창업주 구심점’이 장기간 사라지는 역대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1938년 삼성이 창립된 후 약 80년간 총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은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소유경영과 전문경영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이 장기간 리더십 공백 사태를 겪게 됐다. 1심 선고가 나온 25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앞에 놓인 정지 표지판이 삼성의 불안한 경영을 예고하는 듯하다.  /권욱기자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소유경영과 전문경영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이 장기간 리더십 공백 사태를 겪게 됐다. 1심 선고가 나온 25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앞에 놓인 정지 표지판이 삼성의 불안한 경영을 예고하는 듯하다. /권욱기자


총수가 실형을 선고받으며 범죄집단이라는 매도와 함께 대외 신인도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무려 5년이라는 이 부회장의 실형이 삼성에 미칠 파장은 쉽게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다. 대규모 인수합병과 사업재편이 올스톱되는 것은 물론 스피드와 실행력이 최대 강점인 삼성의 조직문화가 총체적으로 흔들릴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까지 사망할 경우 승계와 지분 문제 등으로 삼성은 극도의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1위로 올라선 삼성이라는 기업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메가톤급 악재다.


이 부회장의 실형이 가져올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총수의 기업가적 의사결정과 전문 최고경영자(CEO)들 능력의 조화, 즉 소유경영과 전문경영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의 ‘삼성 웨이’가 이번 사태로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는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과 별개로 삼성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경영 시스템의 실종에 관한 문제다.

삼성은 지금까지 후계 경영인이 바뀔 때마다 ‘재창업’에 준하는 변화와 개혁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시작으로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을 끊임없이 설파하며 삼성의 체질개선을 이끌었다. 잘나가던 시절에도 “5년 후, 10년 후 삼성의 1등 제품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며 삼성의 환골탈태를 채찍질하던 총수의 리더십은 변방의 기업 삼성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시킨 구심점이다.


이번 사태가 창업 2세에서 창업 3세로 이어지는 삼성의 ‘과도기’, 즉 후계경영의 정착기가 아닌 혼란기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삼성이 입는 충격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갑작스런 유고로 경영 일선에 숨 가쁘게 오른 이 부회장은 ‘삼성-한화 계열사 빅딜’ ‘하만 인수’ 등을 주도하며 제3의 창업을 준비하던 터였다. 그간 삼성이 유지하던 선단식 체제와 비서실(미래전략실) 중심의 경영을 버리고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선진국과 같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정착시키는 것이 이 부회장이 구상하던 삼성의 큰 그림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이끄는 변화가 막 시작되던 찰나에 최악의 악재가 터지면서 삼성의 미래는 극도의 불확실성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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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갇혀 있는 동안 삼성이 예전에 보여줬던 스피디한 사업재편과 조직 체질개선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만 해도 연간 50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역대 최고의 호황인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 5년 후, 10년 후를 거론하며 임직원들을 채찍질할 수 있겠느냐”며 “CEO와 임원들은 자리보전과 현상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고 조직의 긴장감은 크게 느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상 최고 실적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영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는 시황에 매우 취약한 산업으로 대규모 자본으로 무장한 중국 굴기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미국·일본의 메모리반도체 강자들도 본격적으로 ‘삼성 타도’ 전략을 세우고 있다. TV와 가전은 이미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흔들리고 있으며 스마트폰 역시 하드웨어적인 발전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삼성전자 1등 DNA’를 물려받아 시장을 헤집던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은 사업재편은커녕 현상유지에 급급한 모습이다. 건설과 중공업은 이미 성장동력을 잃었으며 금융계열사들 역시 성장 가능성이 비관적이다. 이미 이 부회장 재판의 영향으로 삼성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리는 등 대주주 리스크가 금융계열사들 사이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인사가 적체되고 조직이 느슨해지면서 삼성의 조직문화가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당장 이 부회장이 올 2월에 구속되고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삼성 내부에서는 특유의 스피드와 실행력이 무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수가 장기 부재할 경우 삼성 CEO와 임원 인사 등은 더욱 적체되고 이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삼성 관계자는 “전문경영인들이 조직의 동요를 최대한 막고 삼성의 현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부의 동요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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