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재용 1심 징역 5년 선고] 법원 "삼성, 개별현안 청탁 없었지만...승마지원 등 대가성 있다"

재판부 판단 보니

"朴-崔 수뢰죄 공동정범"...뇌물 공여 인정 근거

횡령·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유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뇌물로 인정안해

"朴 적극요구에 수동대응" 형량은 5년으로 낮춰

2615A03 이재용 부회장 재판 쟁점별 재판부 판단


25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형사 대법정 417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 변호인인 송우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결국 이 부회장은 모든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형량은 유죄 판단 시 받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삼성의 승계 작업이 실재했다는 판단을 기초로 이 부회장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 매각,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계획을 모두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생명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라고 봤다. 그러면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삼성 승계 현안 보고서 등을 근거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삼성 승계 문제를 인식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시 개별 현안을 청탁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는 묵시적으로 청탁했다고 판단했다. 또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이 지난 2014년 12월~2015년 1월 사이에는 정유라씨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이고,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정씨에 대한 지원 요구임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즉 이 부회장은 정씨의 존재, 대통령의 직무를 고려해 승마 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센터 후원금 16억8,000만원을 승계 청탁의 대가로 제공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이 실제로 승마 지원을 위해 송금한 77억9,700만원 가운데 마필 운송 차량 구입비(5억원)는 뇌물로 볼 수 없다며 이 부분을 제외한 72억원만 뇌물액수로 인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주장한 뇌물 약속액 213억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 계열사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으로 낸 204억원에 대해서는 뇌물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이 최씨의 사적이익 추구 수단이었고 대통령이 이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게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단이 최씨의 사적이익 추구 수단으로 설립·운영된다는 걸 이재용 등이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전국경제인연합이 기업별로 정해준 액수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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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전제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을 이룬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요구한 승마 지원은 최씨에게 모든 이익이 귀속됐지만 형법 33조(공범과 신분에 관한 조항)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공무원)이 최씨(비신분자)와 뇌물을 공유한 공동정범이 된다고 인정했다. 두 사람이 공동정범이 되지 않는다면 삼성의 승마 지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주는 뇌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이에 동반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유죄로 인정한 횡령액은 삼성 소유로 판단한 마필 일부와 차량 구매비 등을 제외한 64억원이다. 또 “최씨와 정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이 부회장의 지난해 국회 청문회 발언도 위증죄로 판결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가중처벌이 적용되면 형량이 10년 이상으로 늘어나는 횡령·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도 형량을 5년으로 크게 낮췄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피고인들이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했다기보다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 추진이 개인 이익만을 위한 게 아니라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필요했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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