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용기 하나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락앤락의 주인이 사모펀드로 바뀐다. 김준일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다시 이 대금을 해당 사모펀드에 재투자하면서 간접투자 형태로 락앤락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다.
락앤락은 25일 창업주인 김 회장과 특수관계인 김창호 등이 컨슈머스트랭스(Consumer Strength Limited)에 보유주식 3,496만1,267주(63.56%)를 매도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도 가격은 1만8,000원으로 이날 종가 1만2,950원보다 38.9% 높게 책정됐다. 컨슈머스트랭스는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어피너티는 지난해 버거킹코리아를 비롯해 우리은행 지분 매각, 현대카드 GE 지분 매각 등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로엔엔터·카카오 투자로 대박을 맛본 어피너티가 탄탄한 오너가 경영하는 리딩 컴퍼니를 찾았고 락앤락이 중국 쪽에서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해 인수를 추진했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어피너티가 지분을 사들여 기업가치를 높인 후 재매각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던 만큼 락앤락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재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락앤락은 중국에서 위기를 겪고 있지만 강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 유통업체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 1978년 설립한 주방생활용품 기업인 락앤락은 119개국에 수출 판로를 확보한 중견기업, 상장사로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912억원, 영업이익은 246억원을 거뒀다. 주요 제품은 밀폐용기·물병·수납용품 등이다. 국내는 물론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락앤락 신화’를 썼던 김 회장이 지분매각에 나선 것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락앤락이 한 단계 더 발돋움하기 위해 더 큰 재무적 투자 여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락앤락은 중국에서 생산과 유통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지만 최근 반부패법 시행 등에 따라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베트남으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전략을 통해 제2의 부흥을 도모하는 상황에 창업 일가의 지분매각을 맞이하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락앤락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전과 역량을 갖춘 투자자와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창업 이후 계속된 강행군으로 지친 점도 지분매각의 배경이다. 김 회장은 1978년 27세에 락앤락을 창업한 후 40년 가까이 현장경영을 고수했지만 최근 중국 사업 부진 등을 겪으며 심혈관 수술을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분 전량을 매각하지만 확보한 현금 약 7,000억원 중 일부를 어피너티 지분 취득에 사용해 간접지배 형태로 락앤락 경영을 이끌 계획이다.
/박해욱·박시진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