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면세점의 눈물 <하>] 패닉에 빠진 지방공항 면세점 … 면세점 없는 공항 속출하나





면세점의 눈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실종되면서 특허권 자진 반납은 물론 퇴출, 임대료 장기체납에 들어간 지방 국제공항면세점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과 달리 지방 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은 대다수가 중소 영세업체라는 점에서 면세점 없는 지방공항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현재 김포·김해·제주·대구·청주·무안·양양 등 7개 국제공항에서 영업하는 면세점은 김포 롯데·시티플러스, 김해 롯데·듀프리, 대구 그랜드관광호텔, 청주 모듈트레이테크널러지·시티면세점, 무안 국민사업, 제주 한화갤러리아 등 총 9곳이다. 올 초만 해도 10곳이었으나 적자로 임대료를 못 내면서 버티던 양양의 주신(JS)면세점이 최근 공사 측과의 명도소송에서 패소해 퇴출당해 9곳으로 줄었다.


◇ 6곳만 임대료 제대로 납부 = 남은 9곳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녹록지 않다. 청주 시티면세점은 2월부터 6개월째 임대료를 체납 중이고 같은 공항의 모듈트레이테크널러지는 임대료 체납이 너무 누적돼 계약해지를 당한 채 ‘배째라’ 영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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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청주 시티면세점의 임대료 체납 규모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체납분을 보증금에서 차감하고 있다”며 “모듈트레이테크널러지와는 명도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제주 한화갤러리아도 이달 말로 특허권을 중도 반납할 예정이다. 이러다 보니 국제공항 수(7개)보다 적은 6개 면세점만 임대료를 제대로 내면서 운영되는 상황이다.

지방 국제공항 면세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최근 지방을 찾는 중국인이 사라지면서 공사와 계약한 임대료를 도저히 낼 수 없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국을 찾는 중국인 개별관광객(싼커)은 서울을 좀체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는 분위기다. 더욱이 롯데·듀프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영세사업자라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버틸 수도 없다.

◇ 면세점 없는 지방공항 속출 예상 = 상황이 악화 되고 있음에도 공사와 면세점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면세점들은 임대료를 당장 내려달라고 아우성이지만 공사는 관세청과 다른 공기업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마땅히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당장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강원도 유일의 국제공항인 양양은 새 면세점 사업자 입찰 공고을 내지 못한 채 아예 면세점 없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이달 말로 계약을 종료하기로 한 제주 한화갤러리아는 공사 측의 요청으로 현재 연말까지 영업을 연장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계약해지 전까지 고정 임대료 방식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공사가 막상 계약해지 시점이 되자 입장을 바꿔 변동 임대료 카드를 먼저 내밀었다. 한중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 찾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당초 매달 20억 원도 안 되는 매출을 올리면서 18억 원 가량의 고정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특허권을 반납한 바 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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